[단독] 13년간 금 매입 멈춘 한은, 금ETF 투자 위한 계좌 개설 완료

박성훈 의원실 서면질의 답변
계좌 개설·규정 개정 등 마쳐
“실물 금 비중 확대도 검토중”
‘달러 중심’ 외화자산 효율화
세계 중앙은행은 비중 증가세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한국은행이 해외 상장 금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를 위해 계좌를 개설하는 등 채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3년간 한은이 금 매입에 나서지 않은 가운데 최근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 비중을 급격히 늘린 흐름에 따라 금 관련 자산 비중을 본격적으로 키울지 주목된다.

11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서면 답변에 따르면 한은은 ‘금 ETF 매매 현황’에 대한 질의에 “외환보유액 운용 효율화 차원에서 실물 금 이외에도 금 ETF 등으로 투자상품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를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투자 계좌 개설, 내부 규정 개정, 시스템 구축 등 금 ETF 투자를 위한 내부 절차를 마쳤다.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금 ETF에 투자할 수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금 ETF 거래 현황에 대한 질의에는 “금 ETF를 포함해 외화자산의 매매 현황은 투자전략 노출 등으로 외화자산의 안정적 운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비공개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지금까지 한은은 신현송 총재 인사청문회 등에서 ‘금 ETF 투자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정도의 입장을 밝혀왔다. ‘제반 여건을 마련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한은은 “외화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금 비중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실물 금의 추가 매수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운용방향 및 투자수단은 외환보유액 운용원칙, 외환보유액 변동 추이, 국제금융시장 상황 등을 보아가며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금 자산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금은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의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그중에서도 금 ETF는 실물 금의 가격을 추종하면서도 시장에서 즉시 사고팔 수 있어 유동성이 높고, 보관 등 비용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한은은 2013년 금 20톤을 사들인 것을 마지막으로 13년째 추가 매수를 하지 않고 있다. 유동성이 낮고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은 104.4톤의 금을 보유했다. 전세계 중앙은행 중 39위에 그쳤다. 5월 말 기준 전체 외환보유액(4269억9000만달러) 중 금(47억9000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그쳤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수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2023년 이후 같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금의 가치가 급격히 뛰고 다른 중앙은행들이 금의 비중을 늘리는 상황에서 한은은 방관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에 따르면 2023년 온스당 2000달러 수준이었던 금 선물 가격은 이후 급등하면서 올해 2월 500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이란전쟁발(發)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등에 4000달러 초반선까지 주저앉은 상황이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최근 준비자산에서 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2일 발표한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중앙은행 준비자산에서 금 비중은 27%로 1년 전(20%)보다 7%포인트 올랐다. 1996년 이후 29년 만에 미국 국채 비중(22%)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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