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중랑구 지난해부터 양재천, 중랑천서 시범 운영
![]() |
| 게티이미지 뱅크.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집에가서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VS “분변 수거함에 예산을 들여야 하나”
서울시가 ‘반려동물 분변 수거함’의 한강공원 확대 설치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반려인구 증가에 따라 전용 수거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페티켓(Petiquette)’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시의회의 건의를 받아 한강 내 주요 공원에 ‘반려동물 전용 쓰레기통(분변함)’을 설치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시는 성급하게 확대하기보다는 서초구와 중랑구 등 이미 시범 사업을 하고 있는 자치구의 사례를 분석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 내 일부 자치구는 이미 분변 수거함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해 7월 양재근린공원과 반포천을 시작으로 지난달 양재천과 여의천 등 총 14곳에 분변함을 확대 설치했다. 중랑구 역시 중랑장미공원 등 6곳에 전용 수거함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서초구와 중랑구의 설명에 따르면, 이 분변함은 전용 배변 봉투 투입구와 내부 탈취제, 자동 닫힘 기능을 갖춰 악취 유출을 최소화했다. 특히 이들 자치구가 도입한 모델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를 넘어 ‘자원순환’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거된 분변은 별도의 발효 공정을 거쳐 퇴비로 재탄생하며, 이는 인근 공원의 녹지 관리에 다시 활용된다. 1대당 하루 최대 40리터의 분변을 수거할 수 있다. 보통 25~30리터의 분변이 수거된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려견 분변 수거함 설치를 놓고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라, 일단 자치구의 운영 사례를 조금 더 지켜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려 가족들은 배변 수거함의 한강변 확대 설치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반려동물 분변은 생활폐기물로 ‘종량제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가정내 화장실에 이용하기도 한다. 공원 등에 설치된 공용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악취나 벌레 문제로 ‘반려동물 배설물 투기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마포구에 사는 서 모(39) 씨는 “개똥을 사람이 사용하는 변기에 버리기에도 부적절하다. 물론 물에 내려갈 수는 있겠지만, 개똥을 주울 때 풀이나 이물질이 같이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변기가 막힐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이어 “주로 집에 가져가서 처리하지만 집이 멀 경우에는 수십 분씩 들고 다니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며 “반려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반려견 분변 수거함도 그에 맞춰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
| 서초구에 설치된 분변 수거함. [서초구 제공] |
실제로 반려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많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주택가 인근이나 공원 등지에서 분변 수거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우스터셔주 말번 힐과 미국 보스턴의 한 반려동물 공원에는 배변을 수집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해 불을 켜는 가로등까지 설치돼 있다. 분변 수거함 관련 시장 자체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달 낳온 인텔마켓리서치의 전망에 따르면, 세계 반려견 배변 처리 시설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4828억 8,000만 원에서 2034년에는 약 7846억 8,000만 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설치를 반대하는 의견도 상당하다. 강동구에 사는 강 모(39) 씨는 “무엇보다 반려인의 성숙한 에티켓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지금도 배설물을 주워서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면 충분히 버릴 수 있을 텐데, 아예 안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들여 전용 분변함을 설치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반려견 입양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입양 시 교육을 의무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세종시에서 ‘스마트 반려동물 배변 처리 시스템’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지난 12일 심의 안건으로 상정된 ‘반려동물 배변 처리 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정을 논의한 끝에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조례안은 공공장소에 스마트 배변 처리 시스템을 설치해 배설물을 수거하고 이를 자원화하는 것까지 시장의 책무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세종시는 6억 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데 비해 실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참고로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서초구의 경우, 분변 수거함 관리에만 연간 약 4,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시설 확충 보다는 분변 방치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을 경우 5만원에서~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미국의 경우 최소 250달러(약 37만 원) 이상의 높은 벌금이 부과된다. 특히 미국 뉴저지주의 한 콘도에서는 반려동물 배설물의 DNA 프로파일링 서비스를 도입해, 배변을 치우지 않은 견주를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기도 한다.2024년 이탈리 북부 도시 볼차노에서도 거리에 방치된 개 배설물이 어떤 개에서 나온 것인지 추적하기 위해 도시 내 모든 반려견이 DNA 검사를 받게 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당국은 DNA 분석으로 개 주인을 확인하게 되면 292∼1천48유로(약 42만∼153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의겸 동명대 반려동물케어과 교수는 “반려동물의 분변은 주인의 책임하에 관리해야 된다. 아직 반려동물의 분변이 ‘거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현행 법에 따르면 1차 위반시 5만원을 부과하지만,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