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대체 관세·미중 무역위까지 총괄
한미 협상 주도했던 러트닉은 존재감 약화
![]() |
|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중국 관리들과의 새로운 무역 협상 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을 이끄는 핵심 인물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급부상하고 있다. 한동안 관세와 무역 협상의 ‘얼굴’ 역할을 했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옅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주도권이 USTR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무역 정책의 실질적인 키맨은 러트닉 장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러트닉을 상무장관으로 지명하면서 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러트닉 장관이 전면에 섰다. 관세율 인하와 대규모 대미 투자 등을 맞교환하는 협상 과정에서 러트닉이 미국 측 대표 역할을 했고, 그리어 대표는 상대적으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두 사람의 위상 차이는 행정부 내부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초 그리어 대표가 미국을 방문한 인도 정부 고위 관계자와 USTR 청사에서 회담하자 러트닉 장관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고, 이후에는 외국 고위 인사와의 회담도 상무부 청사에서 러트닉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이달 그리어 대표는 러트닉 장관의 동행 없이 인도를 방문해 양국 무역협정 체결 문제를 직접 논의했다. 이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무역 협상 전면에 그리어가 나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현재 그리어 대표는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뿐 아니라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재협상도 주도하고 있다.
역할도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가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이후 이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 체계 마련을 그리어 대표가 총괄하고 있으며, 미·중 무역위원회 설립과 운영 역시 그의 책임 아래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 인터뷰와 공개 행사에서도 그리어 대표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직접 설명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리어 대표는 트럼프 1기 당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무역 전문가다. 법률가 출신인 그는 강경한 협상 스타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워싱턴에서는 라이트하이저의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러트닉 장관은 최근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러트닉 장관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가 관세 환급금을 거래하는 사업으로 이익을 얻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러트닉 본인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의 과거 교류 사실도 최근 다시 주목받으면서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백악관은 두 사람 사이의 갈등설에는 선을 그었다.
그리어 대표는 WSJ에 “러트닉 장관과 매우 긴밀하고 건설적으로 협력하며 대통령의 무역 의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도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각각 법적 권한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역할 분담에 따른 변화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WSJ는 실제 정책 추진 과정을 보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중심축이 상무부에서 USTR로 이동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그리어 대표가 서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앞으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그리어 대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