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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축으로 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내놨다. 대체불가 K-반도체를 실현하고, AI 로봇 글로벌 3강, 피지컬 AI 1강 도약이 목표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투자라는 점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세계가 AI와 반도체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지금, 골든타임을 놓칠 수는 없다.
용수와 전력 공급 등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논란은 있다. 그럼에도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을 지방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은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기대만큼 걱정도 크다. 이번에도 성장의 과실이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요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양극화’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중간의 실종’이다. 반도체가 양극화를 초래하는 키워드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을 보면 반도체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성적표는 극명하게 갈렸다. 반도체 호황을 누린 충북과 경기도는 각각 13.8%, 6.2% 성장하며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지만 반도체 기반이 약한 호남권 등은 0%대 성장에 머물렀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국가 경제를 끌어올렸지만 지역 간 격차도 함께 키웠다.
주식시장도 비슷하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도 모두가 웃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와 AI 종목을 담은 투자자에게는 잔칫날이지만 그렇지 않은 투자자에게는 남의 집 잔치일 뿐이다. 지수는 오르는데 내 주식만 파란불이라는 푸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수출은 연일 신기록을 쓰고 대기업은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한다. 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비용 부담과 인력난에 허덕인다. 청년들의 현실은 더 냉혹하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5개월 연속 하락했고 ‘쉬었음’ 청년은 70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곳곳에서 중간이 얇아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반도체와 비반도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억대 연봉과 저임금 일자리의 간격은 갈수록 벌어진다. 예전에는 경제가 성장하면 대부분이 함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은 일부 산업과 기업, 일부 지역만 특급열차를 타고 달리고 나머지는 플랫폼에서 그 열차를 바라보는 모습에 더 가깝다.
그래서 3대 메가프로젝트는 더욱 중요하다. 성공의 기준은 반도체 생산량이나 AI 연산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얼마나 많은 기업과 지역, 청년에게 성장의 기회를 연결하느냐가 진짜 성패를 가를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는 20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잇따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나도 이 사회에서 중간만이라도 갔으면 좋겠다’는 평범한 시민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성장률이 오르고 수출이 늘고 주가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해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그 숫자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 중간이 사라지는 사회는 소비가 위축되고 갈등이 커진다. 무엇보다 “나도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진다. 3대 메가프로젝트의 진정한 성공은 세계 최고 반도체를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성장의 열차에 더 많은 국민이 함께 오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한희라 정책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