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도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 [특별기고]


2월 열린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지역발전의 원동력이자 지방소멸을 방지하는 핵심 전략산업으로 관광을 강조했다. 회의 말미에 던진 한마디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촛불도 상당한 관광거리다.” 이 언급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장이 정치사적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인이 함께 배우고 공감할 수 있는 관광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촛불은 인류 보편의 상징이다. 어둠을 밝히는 빛이자 희망과 연대의 표상이다. 한국에서 촛불은 더욱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시민 참여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래,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혁명으로까지 발전했다. 촛불을 필두로 진화한 빛의 혁명은 노래와 응원봉, K-팝 합창과 평화적 질서가 결합하며 ‘K-민주주의’라는 새로운 국가 브랜드로 확장되었다.

대한민국 곳곳에는 시민의 희생과 용기가 깃든 역사적 장소들이 존재한다. 부마 민주항쟁의 무대인 부산과 마산, 5·18민주화운동의 광주, 그리고 서울의 광화문광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적 격전지다. 이 장소들은 단순한 추모 공간을 넘어, 시민이 어떻게 역사를 변화시켰는지 체험하는 ‘참여형 역사 교육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역사적 비극의 현장을 찾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과 맞닿아 있다.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국립박물관이나 제주 4·3 관련 유적지를 찾는 방문객들은 그 장소에 축적된 역사와 감정을 직접 확인하고 성찰한다. K-민주주의 역시 자유와 인권, 시민 참여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일 힘을 품고 있다.

미래 관광의 경쟁력은 ‘무엇을 보는가’보다 ‘어떤 의미를 경험하는가’에 달려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한국을 방문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면, K-민주주의는 한국 사회의 구조와 가치, 성숙한 시민의식까지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핵심 콘텐츠로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이끌었던 장소들을 연결해 ‘K-민주주의 관광벨트’를 조성한다면, 가치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관광 자원이 탄생할 것이다. 이는 지역 간 연계 관광을 촉진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방 소멸 대응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한국만의 차별화된 K-민주주의는 강력한 서사를 품고 있어 경쟁력이 크다. 장소가 품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관광은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비소모성 자산이기에, 미래 세대에게 자긍심을 전달하는 교육 및 국제 교류 자산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다. 관광객은 단순한 장소 방문을 넘어 민주주의의 형성 과정을 몸소 체험하고 그 의미를 마음에 새기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관광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미래 자산으로서 새로운 관광의 지평을 여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K-민주주의 관광은 단순한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아니다. 한국의 역사와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고, 미래 세대에게 자부심 있는 유산을 남기는 의미 있는 과정이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지만, 한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과정을 세계와 함께 나누는 일이야말로 한국이 가진 위대한 유산을 가장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식일 것이다.

고계성 경남대 여가라이프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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