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폰 잡겠다”더니 만들수록 손해…샤오미 ‘스마트폰 못 만들겠다’ 이유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개장 한샤오미의 한국 첫 공식 매장 ‘샤오미 스토어’. 고재우 기자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3~5년 안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되겠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한때 내세웠던 ‘삼성 추격’ 구호가 무색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와 주요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올해 출하 목표를 줄줄이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저가 제품 비중이 큰 중국 업체들은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제품을 많이 팔수록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 오포, 비보, 아너 등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최근 주요 부품 공급업체에 올해 출하량 목표 하향 조정을 통보했다.

이들 업체는 메모리 칩 부족과 부품 가격 상승 여파로 출하 목표를 최대 30%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샤오미다. 샤오미는 지난해 약 1억70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지만 올해 초 소비 둔화 등을 반영해 목표치를 1억3500만대 수준으로 낮췄다. 최근에는 부품 부족과 가격 급등 여파로 출하 목표를 약 9500만대 수준까지 다시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 전 출하 규모 대비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목표치를 줄였다.

오포와 비보도 올해 출하 전망치를 9000만대 미만으로 낮췄고, 아너 역시 공급망에 지난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화웨이의 빈자리를 빠르게 파고들며 글로벌 점유율 확대에 나섰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일제히 속도 조절에 들어간 셈이다.

레이 쥔 샤오미 창업자 겸 CEO. [연합]


출하 목표를 줄인 이유는 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수급난에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서버용 제품에 생산 역량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 이 여파로 스마트폰에 쓰이는 D램과 낸드플래시, 일부 인쇄회로기판(PCB), 지원 칩 등도 공급과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

충격은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에 집중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AI 기능 강화와 고사양 부품 탑재를 이유로 가격을 올릴 여지가 있지만, 보급형 제품은 소비자 가격 저항이 크다. 샤오미가 강점으로 내세웠던 ‘가성비’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부품값이 오르는 만큼 가격 전가가 쉽지 않아 출하량이라도 줄여 손실을 방어하겠다는 선택지를 택한 셈이다.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부품 공급난 여파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약 14%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IDC 역시 안드로이드 진영의 출하량 감소폭이 더 클 수 있다고 봤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출하 축소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Z 시리즈 등 프리미엄 제품군 비중을 높이고 있어 중저가 중심의 중국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방어력이 크다. 중국 업체들이 부품난과 수익성 악화로 물량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경우,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힐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샤오미 17 울트라. 고재우 기자


다만 삼성전자도 일부 신흥 시장에서 중저가폰 비중이 큰 만큼, 가격이 오르면 수요 위축의 영향을 함께 받을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 축소가 곧바로 삼성전자 점유율 확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