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 여군, 옮긴 부대서 또 성폭행 피해…“상관이 알몸으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과거 부대에서 성범죄 피해를 겪고 이름까지 바꾼 뒤 새 부대로 전출한 20대 여성 부사관이 또다시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2021년 12월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A씨는 첫 자대 배치 6개월 만에 남성 상관으로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했다.

사건의 충격으로 자해를 하고 입원까지 했지만, 군인의 길을 포기할 수 없던 그는 1년간 휴직 후 2024년 11월 타 부대로 전출했다.

A씨는 새 부대에서 선임인 남성 행정보급관 B씨의 도움을 받으며 적응해 나갔다. 그러나 전입 10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또다시 악몽이 반복됐다.

B씨는 행정 업무를 설명해 주겠다며 A씨 집을 찾았다고 한다. 당시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들어 있던 A씨가 잠에서 깨자 B씨가 알몸 상태로 위에 올라타 있었고, 옷도 벗겨진 상태였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처음에는 수면제 때문에 내 기억을 의심했다. 하지만 집 안 홈캠에 가해자의 알몸이 촬영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곧바로 화장실로 피신해 군 간부 단체 대화방에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빨리 와 달라”고 구조를 요청했다. 결국 B씨는 군 간부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가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신체를 만지고 성관계를 시도만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바라기센터의 DNA 검사 결과와 홈캠 영상 등을 근거로 헌병은 ‘군인 등 준강간’ 혐의로 B씨 사건을 군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는 사건 발생 후 1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A씨는 사건 이후 다시 휴직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공황장애와 스트레스성 원형탈모, 극심한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병원비와 생활비 부담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군 내부의 2차 가해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경찰 신고 사실을 부대에 알린 뒤 한 상관으로부터 “언론 플레이하지 마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첫 부대에서 성범죄를 당한 뒤 부대도 옮기고 이름까지 바꿨는데 또 이런 일을 겪었다”며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렵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전역하면 사건이 흐지부지 끝날 것 같아 군을 떠나지도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가 하루빨리 처벌받고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연을 접한 박지훈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군인 등 준강간죄가 적용된 사안으로 DNA와 영상 등 주요 증거가 확보된 만큼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사건 발생 후 10개월이 지나도록 수사에 큰 진척이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