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잠정실적·TSMC 매출이 반도체 업황 가늠자
실적이 투자심리 반전 이끌지 이번 주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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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8000선을 회복한 지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40.25포인트(5.76%) 오른 8,088.34,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1.69포인트(0.19%) 상승한 868.41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지난주 국내 증시는 단순한 조정이 아닌 ‘신뢰의 위기’를 겪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며 1만선을 향해 달리던 코스피가 불과 2주 만에 전고점 대비 20% 넘게 밀렸고, 심리적 지지선인 8000선마저 한때 내줬다. 시장을 끌어올렸던 인공지능(AI) 낙관론이 흔들리면서 반도체 대형주에 매도세가 집중된 영향이 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322.87포인트(3.84%) 하락한 8088.3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전고점(9385.59·6월 19일) 대비 21% 이상 하락한 7300선 후반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후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루 만에 8000선을 회복했지만 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이번 조정은 지정학적 변수보다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었다. 메타가 자사 AI 데이터센터의 유휴 연산 자원을 활용해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여기에 애플이 중국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메모리칩 구매 협상에 착수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정점통과) 가능성이 전면에 부각됐다.
그 결과 AI 투자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였던 반도체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6% 넘게 급락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9%, 14% 넘게 하락하며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외국인 역시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19조8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이탈했다기보다는 AI 반도체 비중을 줄이는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벨런싱)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시장의 공포 심리도 극단적으로 확대됐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3일 89.29를 기록했다. 통상 20 안팎에서 움직이는 수준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연간 변동성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5% 이상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도로 커졌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급락을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훼손이나 경기 침체로 인한 추세적 하락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조정은 기업 실적 악화 때문이 아니라 그간, AI 투자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됐던 밸류에이션이 조정받는 과정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장 막판 기관의 대규모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도 실적보다는 투자심리 위축이 하락을 키웠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주 시장의 관심은 다시 반도체로 향한다.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7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이다. 시장은 삼성전자 실적 자체보다 HBM과 D램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업황이 여전히 견조한지를 확인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온다면 최근 확산된 AI 투자 둔화 우려를 상당 부분 완화하며 외국인 매도세도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AI 투자 사이클 둔화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후 공개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과 중국 소비자·생산자물가지수(CPI·PPI), 10일 발표되는 TSMC의 월별 매출은 글로벌 IT 수요와 AI 투자 흐름을 가늠할 추가 변수다. 특히 이달 중순 예정된 TSMC와 ASML의 실적, 미국 빅테크들의 하반기 설비투자(CAPEX) 계획까지 확인돼야 이번 조정이 일시적 숨 고르기인지, AI 투자 사이클의 전환점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주 국내 증시는 ‘AI 거품론’이 시장의 과도한 우려였는지, 아니면 반도체 업황 둔화의 신호탄이었는지를 확인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실적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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