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승 작가, “내가 정사 사료에 매달리는 이유는~”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정도전’의 인기로 정통사극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한때 퓨전사극, 팩션, 판타지사극이 유행하면서 정통대하사극은 ‘올드‘하다는 느낌을 주며 별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으나, ‘정도전’은 정사를 위주로 하는 역사만으로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MBC ‘조선왕조 5백년‘을 7년 9개월동안 쓴 신봉승 작가는 자신이 왜 정사 사료에 매달리며 정통사극을 썼는지를 밝혔다. 그는 ‘조선왕조 5백년‘ 외에도 ‘사모곡’ ‘연화’ ‘인목대비’ ‘허씨부인전’ 등 많은 역사드라마를 집필해 정사를 대중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봉승 작가는 방송작가협회 발행 ‘방송작가‘ 6월호에 ‘표재순 PD와의 만남’이라는 기고문에서 TBC와 KBS에서 드라마를 쓰다 처음으로 MBC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만난 표재순 PD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신 작가는 MBC 3.1 특집드라마로 90분짜리 3부작 ‘대한문‘을 써 제출했는데, 보름 후에야 연출자인 표재순 PD로부터 근대사 책 열댓 권과 함께 짤막한 메모도 함께 보내주었다고 한다.

신 작가는 “‘모두 읽으시기가 번거로우실 것 같아서 필요한 대목만 접어두었습니다’는 메모대로 접어둔 관련 부분을 모두 읽고서야 내가 보낸 드라마 원고가 휴지조각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술회했다.

신 작가는 “표재순 PD가 연세대에서 한국사를 전공했다는 얘기를 듣고, 호된 임자를 만났다고 생각해, 학문적인 의미의 국사학에 매달려서라도 담당 PD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당찬 각오를 새기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정사 사료에 매달리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신 작가는 “정사 사료에 몰두하기 위해 ‘조선왕조신록‘ 읽기에 도전했지만 당시는 국역이 되기 전이라 한자로 된 원전을 해석하는 게 큰 고통이었다. 한학에 정통한 노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내용을 숙지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역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작품에 반영되면서 내 역사드라마가 허튼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씩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신봉승 작가는 임진왜란, 정유재란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들의 4백년 애환을 담은 ‘타국’으로 한국에서 심수관을 유명해지게 만들었고, 정유재란때 일본에 끌려간 유학자 강항이 남긴 ‘간양록‘을 썼다. 그는 TV드라마가 여성들의 시청률로 승패를 가늠하던 시절, 당당히 남성시청자를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이는데 일조했다고 자부했다.

신 작가는 마지막 대목에서 “드라마를 쓰는 일보다 사료를 살피는 일이 더 고달팠다는 사실이 내 삶을풍요롭게 하는 등불이 되기도 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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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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