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감독 장 마크 발레)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주인공 셰릴 스트레이드(리즈 위더스푼 분)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방황합니다. 그녀는 홍도와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의 벽을 쌓아갑니다. 마약에 찌든 채 외도까지 저질러 남편과 결별합니다. 어느덧 자신이 삶의 밑바닥까지 추락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셰릴은, 다시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딸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렇게 셰릴은 수 천㎞ 코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종단하는 고행을 시작합니다.

영화는 셰릴의 여정과 그녀의 과거 기억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셰릴을 괴롭게 한 것은 상실감보다는 자책감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시달리면서도 자신과 남동생을 지켜낸 어머니의 헌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셰릴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때로는 미련스러워 보여, 모난 말로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곤 했습니다.
‘하트 투 하트’의 홍도 역시 죽은 할머니에 대해 죄책감을 품게 된 속사정이 있습니다. 7년 전 세상을 떠난 할머니는 홍도에게 유일한 가족이었습니다. 홍도는 지난 4회 방송에서 “할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 했는데 (대인기피증 때문에) 장례식장도, 화장터도 갈 수 없었다”고 토로하며 눈물을 쏟습니다. 그 자책감이 안면홍조 때문에 숨어 지내던 홍도를 더욱 구석으로 몰아넣었던 것입니다. 홍도는 ‘할머니를 볼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홍도는 어딘가 불안한 정신과 의사 강이석(천정명 분)을 만나며 대인기피증을 극복해갑니다. 아직 10회 이상 방송이 남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홍도가 세상 밖으로 나오며 드라마는 마무리 되겠죠. 셰릴이 극한의 여정과 성찰을 통해 상처를 치유해갔다면, 홍도는 주위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 속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각자 방식은 다르지만 과거의 상처를 털어내고 새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의 고군분투는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아울러 홍도가 곧 세상과의 소통에 익숙해진다면, 셰릴의 여정 또한 추천하고 싶습니다. 셰릴이 트래킹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처럼, 홍도에게도 하루종일 걷고 생각하는 시간이 흐릿해진 할머니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려줄 지 모를 일입니다. 물론 셰릴처럼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코스는 아니더라도, 대자연 속에서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걷는 여정은 홍도 뿐 아니라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ha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