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읽는 노래> 3. 디어클라우드 ‘엄마의 편지’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얼마 전 SNS에서 한글을 처음 배운 할머니들의 자작시가 화제를 모았던 것 기억하시나요? “나는 열 살 소녀가 되었네”, “사랑 받을 시간이 없더라”……. 한평생 까막눈으로 살다가 황혼 무렵에 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표현력과 감수성은 놀랍도록 섬세하고 여렸습니다. 안도현 시인은 한 할머니의 시를 읽고 “나를 마구 뒤흔들고 있는 시 한 편이다. 늦게 한글 배운 이 할머니가 시인이다”라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었죠.

할머니들의 시 중에는 자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낸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자녀를 향한 미안함을 드러낸 ‘아들’이란 시는 나지막한 어조로 마음을 들끓게 만드는 절창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무엇이 그토록 미안했던 걸까요. 

“나한테 태어나서 고생이 많았지/돈이 없으니까/집도 모사주니까/다른데 마음 쓰느냐고/너를 엄청 많이 때렸다/화풀이해서 미안하다/엄마는/엄마는/마음이 많이 아프다/용서해다오/저 세상에서는 부자로 만나자/사랑한다/또/이 말 밖에 줄 것이 없다”(‘아들’)

우리는 자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고 삽니다. 어머니도 여자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한때 그 누구보다 빛나고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디어클라우드의 새로운 싱글 ‘엄마의 편지’는 여자였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사랑으로 자녀를 챙기는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청자의 심금을 울립니다.

“시간은 아주 천천히 청춘 앞에 서성이다/아무런 기척도 없이 내 나이에 숨어버렸다/두근대던 내 몸 안에 가득했던 용기/하나둘 사라져가네”


기자는 지난 해 가을 음악 축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 이 곡을 처음 들었습니다. 오랜 만에 멤버들과 만나 결혼할 사람을 소개해주고 인사를 나눌 수 있어 즐거운 자리였죠. 당시 디어클라우드는 올림픽공원 수변무대에서 이 곡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호수 옆에서 화창한 가을볕을 맞으며 듣는 ‘엄마의 편지’는 기자에게 깊은 울림을 줬습니다. 보컬 나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가사에 집중했던 관객들의 마음도 아마 기자와 비슷했을 겁니다. 우리 모두 어머니의 소중한 첫째 혹은 둘째였으니 말입니다.

“전해야할 이야기가 있어 살아야 해서 제쳐두었던 이야기/세상에 나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은 첫째인 너를 가진 일”

“이제는 알 것 같은데 돌이킬 수 없는 일들/지나간 후회들 모두 내 나이에 숨어버렸다/예민하던 사춘기시절 상처만 줘서 아직도 많이 미안해”

“전해야할 이야기가 있어 살아야 해서 제쳐두었던 이야기/세상에 나 태어나서 제일 좋은 날은 둘째인 너를 만난 날”

최근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미생’은 다른 드라마와 비교해 유난히 많은 명대사들이 쏟아졌던 작품이죠. 그중에서도 ‘장그래’의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라는 대사는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휘저었던 명대사입니다. 명절에 찾아온 친척들의 입방아에 마음을 다칠까 염려해 아들을 밖으로 내보내던 어머니의 모습과, 집 밖을 거닐며 방황하다 어머니 홀로 친척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걸 깨닫고는 빠르게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리던 ‘장그래’의 모습은 드라마가 종영된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죠.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머니의 자부심입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고 살고 있어요. 그런데…… 그 사실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기자의 곁에는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군요. ‘엄마의 편지’ 중 “다 지나간다. 빛 바래진다. 되돌릴 수 없는 시절/두려워진다, 두렵다, 아직 끝이 아닌데”라는 가사가 새삼 아픕니다.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 살아야 해서 제쳐두었던 이야기/세상에 나 태어나서 제일 기쁜 날은 소중한 날은/엄마라 처음 불린 날”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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