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싱글> 4. 도시에서 무엇이 당신을 달콤하게 만드나요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알레그로(Allegrow) ‘달콤한 나의 도시’= “있잖아 너와 같이 걷는 날이 늘어갈수록/나의 밤은 더욱 빛이 나고 있는 걸/알잖아 환한 밤을 채운 우리 이야기/그 안에서 너와 나는 함께라는 걸”

퇴근길 버스를 타고 한강다리를 건널 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야경은 왠지 모르게 아련하지 않던가요? 화려한 불빛이 잦아든 한강다리 위에서 느끼는 서정……. 싱어송라이터 알레그로가 음악으로 그리는 도시의 밤은 그런 서정을 닮아 적당히 도회적이면서 담담하고 따스합니다. 그가 도시의 밤을 그렇게 바라볼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 자신이 직장인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지난 2013년 도시의 밤과 일상을 담은 미니앨범 ‘뉘 누아르(Nuit Noire)’로 늦깎이 데뷔를 했습니다. 낮에는 대기업 차장으로 일하다가 밤이면 뮤지션으로 변신하는 그에게 밤을 바라보는 시선을 여느 뮤지션들과는 조금 달랐겠죠. 그가 이야기하는 사랑도 아련한 도시의 야경을 닮아있습니다.


▶ 정준일 ‘짝사랑’
= “바람 부는 언덕 너 가는 길만 보다/그제서야 난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외쳐/울고 있었지 주저앉아 울었지/소리 내어 펑펑 울면 네가 돌아올까 봐”

애절하지만 우아합니다. 애절한 가사와 보컬이 우아한 멜로디와 절제된 연주 위에 실리니 들을수록 가슴 한 구석이 더 무거워집니다. 본디 애이불비(哀而不悲)가 더 슬프고 쓸쓸한 법이죠. “아픔이었지 한 번도 못 느꼈던/니가 서있던 그곳에 멍하니 서있네”……. 이 곡과 같은 짝사랑이라면 가슴에 사무쳐 쉽게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노래라서 참 다행입니다.

이 곡은 재즈 피아니스트 임인건과 베이시스트 이원술이 제주도를 소재로 만든 음악을 발표하는 프로젝트 ‘올댓제주(All That Jeju)’의 일환입니다. 정준일의 목소리를 통해 재즈 연주자들의 새로운 감성을 접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입니다.

▶ 수상한 커튼 ‘그녀에게’= “이게 나인걸 초라해 보여도/거울 속 내게 가끔은 혼잣말/멍하니 홀로 바라보는 풍경/낯선 일 향해 조용히 혼잣말”

수상한 이름은 ‘페이크’입니다. 커튼을 걷고 들여다보면 포근한 공간이 펼쳐지거든요. 싱어송라이터 수상한 커튼의 매력은 기교 없이 읊조리는 나른한 보컬과 이를 감싸는 소박하지만 넓은 공간을 가진 소리의 풍경입니다. 그가 1년 4개월 만에 내놓은 신곡 ‘그녀에게’ 역시 그런 매력을 잘 살린 곡입니다. 이 곡은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존재하지 않는 대상과의 사랑에서 오는 공허함을 그리고 있지만 결코 쓸쓸하지 않고 외려 담담합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 중 하나는 3인칭 시점에서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다소 어렵죠? 수상한 커튼은 음악으로 그 같은 경험을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 장혜진 ‘오래된 사진’= “다시 올 수 있을까 한 순간만이라도/거짓말처럼 시간을 돌려도/같을 수가 있을까 그때의 내가 되도/어쩌면 모두 그대로 그대로”

‘꿈의 대화’ ‘아름다운 날들’ ‘1994년 어느 늦은 밤’ 등 장혜진이 그동안 불러온 애절한 발라드를 떠올린다면 깜짝 놀랄만한 곡입니다. 장혜진의 풋풋했던 시절의 모습이 담긴 재킷과 다소 밋밋한 제목 또한 함정입니다. 슈퍼주니어의 예성과 듀엣을 한 일이 있긴 하지만 장혜진이 래퍼와 함께 흑인음악이라니……. 그런데 생각보다 매우 잘 어울립니다. 장혜진 특유의 호소력 짙은 청아한 목소리는 비트와 의외로 잘 섞이면서도 애절함을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장혜진의 목소리로부터 재조명할한 요소를 찾아낸 후배 뮤지션들과 장혜진의 전향적인 자세가 만들어낸 멋진 트랙입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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