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도소에서 막 나온 헬머니(김수미 분)는 ‘욕을 끊었다’며 새 출발을 다짐합니다. 하지만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봉인’이 풀립니다. 지하철에서 진상남(男)을 목격한 거죠. 헬머니는 참았던 욕을 시원하게 퍼붓습니다. 김수미의 전매특허 욕설이 식상하지 않을까 싶지만, 여전히 맛깔스럽고 통쾌합니다. 그녀의 욕설은 살벌한 비속어로만 무장한 것이 아니라, 독창적 스토리(?)와 해학도 담겨 있습니다.
사실 헬머니에겐 어린 아들들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가족사가 있습니다. 거침없는 욕쟁이 할매라도, 몇 십년 만에 만난 아들과 화해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헬머니는 ‘욕설의 고수’를 찾아 헤매던 방송국 PD의 눈에 띕니다. 얼떨결에 욕 대결 오디션에 나간 헬머니는 전국구 스타가 되죠. 날라리 여고생의 깐족거림도, 현직 경찰의 생활 욕설도 헬머니의 내공 앞에서 줄줄이 무너집니다. 급기야 프리스타일 욕설 랩 배틀에도 도전, 손자뻘 힙합 가수에게 ‘욕의 맛’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욕 대결 무대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아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데도 성공합니다.
‘헬머니’를 연출한 신한솔 감독은 “사람에게 상처주는 욕도 있지만, 사람의 한을 풀어주고 살리는 욕도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헬머니에게 욕설이란 남을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고단한 인생을 살며 체득한 나름의 한풀이 도구입니다. 비정한 세상을 홀로 상대해야 했던 그녀에게 ‘거친 입’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죠. 가요 오디션에서 감정을 담은 노래가 관객을 울리듯, 헬머니의 삶과 한(恨)이 담긴 한바탕 욕지거리는 애잔함과 연민을 일으킵니다.
동시에 헬머니는 욕 대결을 시청하며 쾌재를 부르는 이들에게 ‘니들도 욕 좀 하고 살라’고 말합니다. 문자 그대로 욕쟁이가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인내가 미덕이라 믿으며 할 말을 주워삼키지만 말고, 가끔은 담아둔 말을 꺼내기도 하라는 애정어린 충고죠. 헬머니가 만든 프리스타일 랩의 한 구절처럼, 누구에게나 ‘설교 대신 쌍욕, 위로 대신 싸대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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