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위선·속물근성 통렬하게 고발
있는집 자제와 소시민 집안 딸 사이
너무나 익숙한 운명적 러브스토리
아이돌 출신 이준의 ‘한인상’ 캐릭터
향후 극 긴장감 유지의 핵심 될듯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는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드러낸다. 국내 1위 법률회사 대표 한정호(유준상)는 뛰어난 논리와 언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표정으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있다. 국무총리 내정자 인선에도 간여할 정도로 고급 정보를 꿰뚫고 있다. 아내 최연희(유호정)도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집안에는 일하는 사람들만 여러 명이다.
한정호와 최연희는 겉으로는 교양이 넘쳐흐르는 듯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하는 속물근성과 위선, 그리고 갑질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유준상은 아들 인상(이준)의 여자친구 서봄(고아성)의 예상치 못한 임신에 플랜A, B, C를 외치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하지만 잘 될 리 없다. 근엄함을 유지하는 유준상이 “손자를 손자라고 말 못하고,나는 어떻겠어”라고 말하는 순간 블랙코미디가 된다.
연희는 겉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집안 좀 잘 되게 해달라며 점쟁이를 불러 부적을 붙인다. 자신의 침실에서 아기를 낳은 서봄에게 흥분한 나머지 쌍소리를 하다 비서로부터 입을 막히게 되는 장면은 우스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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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는 상류층의 속물과 위선을 풍자한다. 체통과 교양을 강조하는 대형 법률회사 대표인 아버지 유준상과 그 틀에서 자란 아들 이준이 연기하는 모습은 하나의 블랙코미디 같다. |
평범한 소시민 집안에서 자란 서봄으로부터 분리돼 서울대에 합격하자마자 고시연구실에 감금된 인상이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배려(?)에 의해 집으로 숨어들어오다 엄마 아빠에게 들키는 모습도 비정상적이다. 인상이 서봄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가기 위한 택시안에서 운전기사에게 “키스해도 됩니까”라고 허락을 얻는 모습에서는 실소가 나올 정도다.
지난 4회 말미에서는 정호의 아들 인상이 부모의 통제에서 탈출해 혼인 신고를 하러 가는 장면이 그려졌다. 유준상은 이미 서봄 집안에 위자료와 양육비, 지원금을 포함하는 합의금 17억5천만원을 제시한 상태다. 이런 상황이 진행될수록 이준 집안과 고아성 집안의 부딪힘은 도를 더할 전망이다.
숨막히는 잡안에서 자란 이준은 부모 앞에서 쩔쩔 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연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는 아빠 앞에서 항상 주눅들어 있는 찌질한 모습, 그러면서도 가끔 할 말은 하는 ‘한인상’ 캐릭터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순정남인 한인상은 엄격하게 통제된 상위 1% 집안에서 자란 수재 고등학생이다.
이준의 쩔쩔 매는 연기가 잘 유지되어야 소시민 집안 출신 서봄(고아성)과 자신의 집안, 이 어울리지 않는 계층인 두 집안이 부딪히는 이야기가 잘 드러난다. 이를 통해 가진 자의 갑질과 위선, 민낯이 깡그리 드러나게 된다. 이준의 연기가 어색하면 두 집안의 고리가 헐거워진다.
어쩔 수 없이 모범생이 된 이준 같은 친구가 사랑을 알게 되면 무섭다. 서봄과 하룻밤을 보내고 고3 수능이 끝나자마자 아기 아빠가 됐다. 이준은 서봄에 대한 순애보 같은 맹목적 사랑을 보여준다. 그것 때문에 극의 긴장감이 유지된다.
이준은 대사뿐만 아니라 표정, 눈빛, 심지어 손 자세 등으로도 순수함과 소심함을 아울러 지닌 ‘한인상‘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로써 이준은 권위적인 집안과 지키고 싶은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수한 청년을 잘 만들어냈다. 이 처럼 한 없이 여린 인물이 상황과 사건을 통해 점점 단단하게 변화되어 나갈 앞으로의 과정도 기대된다.
이준은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연기에 대한 진지함과 욕심을 아울러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미 싸이코패스를 연기한 드라마 ‘갑동이’와 영화 ‘배우는 배우다’ 등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예상외로 꽤 넓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밀회’를 만든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의 작품이다. ‘밀회’는 상류층의 허위의식을 풍자하며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드라마였다. 이번 ‘풍문으로 들었소’도 상류층의 속물근성을 통렬한 풍자로 고발하는 건 비슷하다. 하지만 제목에서 풍기듯이, 상류층의 허위의식과 부조리, 그리고 갑질에 대한 이야기가 대중들 사이에 흘러다닌다는 뜻이 담겨있다. 더 이상 그들만의 비밀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들이 교양 있는 체 하고, 우아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얽혀있는지를 대중들도 다 안다. 우리는 그런 그들의 이야기에 과장과 소설이 더 보태져 ‘찌라시’ 형태로 돌아다니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상류층의 허위의식, 그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어떤 디테일을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다가갈지 궁금증을 가지고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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