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복면 쓸 일이 많아진 세상

대중문화에서 ‘복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복면을 쓰고 일체의 편견없이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한 MBC ‘복면가왕’이 인기다. 건달 출신의 속물검사지만 법으로 안되면 복면을 쓰고 달려가 범죄자를 처벌하는 ‘슈퍼 히어로’ 하대철(주상욱) 검사가 주인공인 KBS 드라마 ‘복면검사’도 공감을 얻는다. 실제의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 SBS 드라마 ‘가면’도 방송된다. 이전에도 록가수 봉달호(차태현)가 트로트 가수가 돼 복면을 쓰고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영화 ‘복면달호’ 등 복면과 가면을 쓴 사람을 다룬 스토리가 간간이 나왔지만, 요즘은 부쩍 잦아졌다.

복면 쓸 일이 많아졌다는 것은 맨 정신으로 살기 힘들어진 세상을 의미한다. 복면과 탈을 쓰고 한바탕 신명나게 놀게 한 게 탈춤축제다. 오래전부터 이탈리아 베니스에는 귀족과 평민이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무도회를 즐기는 데서 유래한 가면축제를 열고있다. 영화 ‘반칙왕’에서 주인공은 어눌하고 소심한 은행원이지만 복면을 쓰고 링위에 오르면 과감한 행동이 나온다.

복면은 우리가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뜻도 된다. ‘복면가왕’에서 홍석천이 중저음의 남성적인 목소리로 노래 부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f(x)의 루나, B1A4의 산들, 비투비의 육성재, 걸스데이의 소진 등 아이돌이 ‘복면가왕’에서 유독 많이 재발견되는 것도 아이돌 가수는 노래를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면을 쓰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 복면과 가면이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는 문화적 도구로 사용돼 왔다. 복면의 인기는 편견과 불의가 사라져 답답함과 억울함이 없어지는 세상을 꿈꾸는 대중의 판타지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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