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트렌드는 ‘힐링’에서 ‘쿡방‘으로 바뀌었다. 힐링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필요로 하지만 힐링이 공허하고 추상적이며, 별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경규는 힐링 트렌드가 유효할 때 아주 좋은 MC였다. 어느 정도 살아본 중년의 경험과, 오랜 기간 예능계에서 살아남은 노하우 등을 설렁설렁 펼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경규도 또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됐다. 갑자기 나타나 새로운 걸 보여달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의 연장선을 말하는 것이다.

이경규가 하고 있는 방송은 ‘아빠를 부탁해’와 파일럿에서 정규로 편성된 ‘나를 돌아봐’다.
이경규는 이미 ‘아빠를 부탁해‘에서 기존 이미지가 분화되고 있다. ‘나를 돌아봐’에서는 새로운 여지를 남기고 있다. 13일 제작발표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경규는 ‘나를 돌아봐’에서는 순한 양이었다. 워낙 센 캐릭터들이 많아,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경규의 모습이 나왔다.
‘아빠를 부탁해‘에서 이경규는 두 가지 이미지가 공존해 있는 상태다. 하나는 자신 위주로 방송을 하는 ‘군림‘ 캐릭터다. 또 하나는 후배들에게 밀리고 건강이 안좋아지는 ‘중년‘ 캐릭터다.
‘약해지는 중년’ 캐릭터는 젊었을 때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큰 소리를 쳤지만, 갈수록 약해지는 우리 아버지들과 비슷하다.
이경규가 요즘 방송에서 유독 낚시를 자주 간다. 낚시터에 김구라, 김성주, 박준규 등을 불러들였다. 낚시는 힘든 현실의 순간적인 도피처다. 낚시를 싫어하는 딸 예림과도 낚시터에서 1박을 했다.
배려 없는 군림의 시대(‘남자의 자격‘)를 거쳐 힐링의 아이콘이었다가, ‘아빠를 부탁해’에서는 힘들고 아픈 경규, 낚시 가는 경규다.
‘강한 것 같지만 힘든 아빠’의 다소 지친 모습은 예림과의 좋은 케미로 ‘아빠를 부탁해’를 계속 할 수 있게 했다. 이경규는 ‘무뚝뚝한 아빠’로는 선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만으로는 계속가기 힘들다.
이경규는 다큐로 친정에 복귀했다고 말했던 MBC ‘경찰청사람들 2015’에서 불과 6회만에 하차했다. 이경규가 기존 프로그램을 더 강화시켜나갈지, 새 프로그램에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사생활을 더 노출하는 관찰예능이나, 한단계 더 나아가 ‘마리텔‘ 같은 곳에 나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경규는 50대 중반의 나이치고는 매우 유연하다. 그것이 35년간 예능 한복판에 있을 수 있게 한 요인이다. “항상 간당간당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던 이경규는 또 한번 예능의 기로에 있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