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편집과 연출의 문제다. 방송 트렌드인 리얼 관찰예능은 완벽한 몰래카메라가 아닌 이상 100% 리얼은 있을 수 없다. 편집을 통해서도 사실과 진실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제작진이 시청률을 노린 자극성 과장 연출까지 가미된다면 본래의 의도는 많이 사라진다.
리얼리티물에 연출이 들어가면 사실이 왜곡된다. 연출을 하면 안된다는 게 전제조건이지만 불가피하다면 좋은 취지의 연출이어야 한다.

자신의 가족이 너무 이상한 가족으로 평가받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큰 딸이 페이스북을 통해 “작가가 시켰다”고 했다. 제작진도 세심히 방송으로 전달되지 못해 아쉽다는 사과의 입장을 밝혔고 “작가가 ‘평소 하던대로 해달라’고 했다”고 아빠가 인터뷰를 통해 밝혀 어느 정도의 논란은 잠재웠다.
리얼리티 예능을 만드는 제작진들을 취재해보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하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람 일은 원인과 결과, 기승전결이 드라마처럼 확연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럴때 방송에서는 전달을 위해 무리한 인터뷰와 주문식의 연출이 가해질 수 있다.

게다가 밋밋한 내용보다는 보다 센 내용을 원한다. 제작진이 원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가 독한 내용을 좋아한다고 여기고 있다. 시청자들도 자극적인 콘텐츠에 어느 정도 길들여져 있다. 막장드라마와 막장예능은 그 심리를 노린다. 스킨십 아빠편은 취지는 좋지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부분이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두번째는 아이템 선정의 문제다. ‘동상이몽’은 엄마(아빠)와 딸(아들) 각각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가족간 소통과 갈등을 해결해볼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초중학교에서는 이를 보고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토론 교육 기자재로도 활용한다.
하지만 아이템 선정을 잘못하면 오히려 비교육적으로 돼버린다. ‘동상이몽’은 패널들도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입장을 밝힌다. 주로 한쪽의 입장을 도와주고 그 논리를 응원, 변호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양쪽의 입장과 생각이 다 드러나면 어느 쪽의 양보가 필요한지가 조금 더 명쾌해진다. 하지만 아이템 선정이 잘 됐다는 전제하에 패널의 역할이 빛날 수 있다.
스킨십 아빠가 ‘리얼’이라면 이건 병적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가족간 소통을 이뤄내기 위한다는 애초 취지가 좋아도 아이템으로 채택되기에 적합하지 않다. 부적합한 아이템이 선정됐기에, 일부 패널들의 이야기도 공감은커녕 거부감이 들고, 화까지 났다.
스킨십 아빠의 논리를 두둔하고 지원하는 배우 신정근이 스킨십을 피하는 딸이 눈시울을 붉히자 “아빠가 딸을 만지는 게 절대 울 일은 아닌 것 같다. 정말 큰 일 날 일은 아빠가 옆집 딸을 만졌을 때다”고 말하는 대형사고가 터졌다. 실제로 자신의 둘째 딸이 용돈을 거부하고 스킨십을 안해준다며 섭섭함을 밝히고는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싼다”는 비정상적인 멘트를 했다.
스킨십 아빠가 자신의 스킨십을 피해 도망다니는 딸에 대해 “돌아오는 과정이다. 큰 딸도 그랬다”는 멘트도 정상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스킨십 아빠편은 아이템으로 선정하지 않는 게 옳았고, 방송됐다 해도 정신과 의사 같은 전문가가 “아빠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방식은 정말로 잘못됐다. 이건 병이다. 의사에게 상담을 받고 치료를 해야할 것 같다”는 진단 정도는 있었다면 그나마 균형을 조금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이건 방송된 부분이 리얼로 이뤄졌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다.)
‘동상이몽’은 가족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족간 이야기는 민감한 부분이 많아 공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 자문단의 도움을 받을만하다.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는지의 상한선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민감한 사안일수록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안되면 이상하게 받아들여진다. 스킨십 아빠편은 민감한 내용이면서 공감대도 형성시키지 못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