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휴먼’, KBS 다큐로는 최대 제작비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TV에서 과학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매우 어렵다. 인간에게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영상물로 보여 줄때 관심과 흥미가 생기도록 해야 한다. NHK에서도 과학 다큐를 많이 못만든다.

그렇다고 방송에서 과학 프로그램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KBS에서 방송되고 있는 본격 과학 정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궁금한 일요일 장영실쇼’는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지만,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힘들게 제작되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KBS가 야심찬 과학 다큐를 하나 제작했다. KBS 대기획 4부작 ‘넥스트 휴먼(The Next Human)’이다. 인류는 어디에서 진화해 왔으며,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뀔 것인가? 우리 몸에 새겨진 인류의 생존과 도전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런 주제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하다. 제작진은 “선입견을 버리고 접근한다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다”고 말했다. 


오는 3일부터 4부작으로 방송되는 이 다큐는 KBS가 지금까지 만든 다큐물중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차마고도’ ‘누들로드’ 등을 잇는 대작다큐다. KBS가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이 나가지 않은데도 벌써부터 해외에서 러브콜이 오고 있다. 대만에는 선판매됐다.

담당 PD는 이재혁, 이지윤, CP는 임세혁 기획제작국 부장이다. 이재혁 PD는 ‘생노병사의 비밀’ 등 의학과 과학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해왔다. 임세혁 CP는 “이재혁 PD 등 제작진이 의학과학 다큐를 연출해오면서 지식다큐, 지식과학 다큐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넥스트 휴먼’은 지금까지 쌓아온 제작진 경험의 결실이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어니어사와 공통제작한 것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다. 가끔 외국과 공동연출하는 경우는 있지만 연출 제작 홍보 기획을 양 사가 같이 하는 것은 퀄리티를 높이고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한 것이다.


‘개미’ ‘뇌’ ‘제3인류’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통해 기발한 상상력으로 과학의 세계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프리젠터로 나선 것도 특이하다. 몇몇 하이라이트 영상물을 봤는데, 베르나르는 연기까지 했다. 피아노도 잘 쳤다. 제작진은 “파리에 베르나르가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그곳에서 섭외를 했다”면서 “이미지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고민한 내용이 담겨있었는지 흔쾌히 출연을 승락했다. 출연료도 싸게 해주었다. 질문 하나를 던져주면 5가지를 이야기 했다”고 전했다.

기존의 인류 진화 프로그램과 달리, 현대인의 몸에서 인류 역사를 추적해내가는 차별화된 콘셉트다. 문명이라는 소재를 유전자라는 초미시적 단위로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초고화질 4K영상과 초고속 촬영, 인간의몸을 풍경으로 표현한 바디스케이프 기법 도입, 눈 입 피부 장기 등 인간 몸의 내외부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앵글과 이미지로 형상화, 유전자 돌연변이 줄기세포 등 어려운 내용을 최첨단 CGI(컴퓨터 영상 합성 기술)와 일러스트를 통해 알기쉽게 시각화한다.

3일과 4일 방송될 1편 ‘돌연변이의 탄생’과 2편 ‘마지막 크로마뇽인-종의 위기’에서는 우리 몸의 역사와 문명의 진화를 다룬다. 인간이 두 발로 서서 달릴 수 있었던 것은 ‘큰 엉덩이“ 덕분이라고 한다. 큰 엉덩이 유전자를 연구하면 인간은 더 잘 걷고 달릴 수 있을까?

파란 눈에 검은 피부였던 인류가 다양한 피부색을 가지게 된 이유도 밝혀진다. 성인이 되어서도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돌연변이의 등장으로 징기스칸의 세계정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인류를 살린 돌연변이는 되레 풍요 속에 사는 인간을 병들게 만들었고, 최대의 축복이라 여겼던 농업혁명은 오히려 재앙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1, 2편은 유전과 진화에 담긴 흥미로운 상식 파괴 이야기가 담긴다.

이어 10일과 11일 방송될 3편 ‘신의 언어, 유전자’와 4편 ‘퍼펙트 휴먼’에서는 유전자를 해독하는데 성공해 스스로 진화를 디자인하고 있는 인류의 현재와 불멸의 삶을 꿈꾸며 퍼펙트 휴먼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인류의 미래를 돌아본다.

첨단의학과 유전자 기술로 인류의 진화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예측, 예방하는 게 가능해졌고, 유전자를 이용한 질병의 정복도 현실이 됐다. 20살 여성은 유방암의 가능성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 양쪽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 유전 질환을 가진 부모가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낡은 장기를 새 것으로 갈아주는 재생의학, 현대판 불로초라 불리는 텔로머라제의 발견 등 인류의 최대 관심사인 건강과 질병, 끝없는 젊음 유지 등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내레이터는 ‘정도전’의 배우 조재현이 맡았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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