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관계자들은 물론 드라마 작가들 역시 ‘용팔이’를 통해 희망을 봤다. “시청률은 더이상 안 되는 건가” 싶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혼란스러울” 즈음 배우 김태희와 주원을 앞세운 드라마가 등장했다. 초반부터 휘몰아친 ‘용팔이’가 안방에서 1년 6개월 만에 20%를 넘어서자 “재밌는 드라마는 보는구나”(김영현 작가)라며 안도했다.
‘용팔이’의 초반 인기 상승세는 초반부터 휘몰아친 전개에 있었다. 이미 전반부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줬다.

배경은 병원이었다. 도로 위 만큼이나 빈부격차의 구조화가 고착된 공간, 양극화가 빚어낸 사회문제가 툭툭 튀어나온다. 가진 자의 세계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특수공간이 되고, 그 안의 월급쟁이들은 철저한 갑을관계로 살아간다. 용하다는 의사는 동생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방문 전문의가 된다.
사실 드라마는 복수극이다. 이 모든 판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인 김태희(한여진 역)를 위해 짜여진 판이다. 왕관을 써야하나 이복오빠의 음모로 3년간 잠들어 있었다. 당연히 잠에서 깨어나면 가장 먼저 복수를 시작할 기세였다.
잠들어 있었으나 정신은 깨어있던 김태희의 내레이션은 이를 암시했다.
“처음 1년, 난 누구든 나를 깨워주기만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기도했다. 그 다음 1년, 난 그가 누구든 날 죽을 수 있게만 해준다면, 그래서 이 고통을 끝내주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그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기도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오늘, 만일 내가 깨어날 수 있다면, 나를 이곳에 가둔 인간들과 그들 편에 선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기로 결심했다.”
용한 돌팔이 주원의 도움으로 깨어난 공주님은 그런데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였다. 결혼을 약속한 사람과의 한밤 질주 도중 교통사고가 3년간 누워있게 된 계기였지만, 눈 앞에 등장한 의사 선생님을 향해 공주님은 너무 쉽게 사랑에 빠졌다. 급기야 11회에선 청혼도 했다.
멜로가 훅 들어와 지지부진해졌던 ‘용팔이’는 사실 11회부터 복격 복수 돌입극을 예고했다. 멜로는 그만, 다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선전포고가 10회 마지막 등장하며 시청자들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했다.

막상 11회의 뚜껑을 여니 또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 등장인물 각자의 사연이 쏟아졌다. 이를테면 한여진의 이복오빠와 아내 사이에 얽힌 과거사 등이 나온다. 이미 전반부에 무기들을 다 써버린 탓인지 소재들은 꾸준히 나오지만 ‘용팔이’는 다소 심심해졌다. 극적인 상황이라는데 긴장감이 없다.
이날 드라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이야기는 죽음으로 위장해 병원을 떠났던 공주님이 변장술로 병원으로 돌아와 자신을 잠들게 한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묘수를 찾는 부분이었다. 그 과정엔 당연히 음모와 계략, 동생이 죽은 줄만 알고 있는 오빠의 광기 어린 야망이 단편 단편 이어진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공주님 한여진이 아버지의 유언을 듣기 위해 12층 병실로 돌아가서 등장한다. 늘 그랬든 공주님의 앞길에 장애물은 별로 없다.
병실에 들어서니 선대 회장인 아버지가 남긴 영상을 통해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를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서 시작된 눈물은, 사랑했던 사람과 이복오빠의 계략을 알게 된 순간 오열로 뒤바뀌고 아버지가 건넨 그들을 무너뜨릴 비책(비자금 조성 내역과 사용처 등)이 담긴 USB를 찾은 뒤엔 다시 드라마 초반 보였던 서늘함을 입었다.
한여진은 놀랍도록 감정 기복이 심하다. 눈물도 주르륵주르륵 잘도 흘린다. 그런데 한여진을 연기하는 김태희의 감정변화는 전환이 빠른 만큼 기계적이고, 그 눈물엔 감정이 담기지 않아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니 공주님에게 건네진 USB가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2015 F/W USB 키링이었다는 간접광고만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미 노골적인 간접광고(직방)로 뭇매를 맞았으나 ‘용팔이’는 치솟는 시청률 만큼이나 챙겨야할 광고주도 많다.
한여진을 다시 왕좌에 올릴 중요한 단서가 담긴 물건인만큼 이날 첫 등장한 USB 키링 역시 향후 적지 않은 분량을 챙겨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