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의미


영화를 사랑하는 3가지 방법이 있다. 누벨바그 ‘400번의 구타’로 유명한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에 따르며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며 세 번째 방법은 영화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만약에 이 말이 진실이라면 필자는 여기에 ‘영화제에 참석하는 것’이라는 네 번째 방법을 추가해야 된다고 믿는다. 멀티플렉스에서 보는 영화도 영화지만 수많은 시네필들과 함께 영화제를 통해 생동감있게 접하는 영화가 더욱 영화답기에 그렇다. 영화는 태생적으로 공감대를 가진 관객들이 함께 영화관에서 볼 때 가장 의미가 있는 법.

그런 차원에서 지난 1일 개막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시네필(영화광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cinéma’(영화)와 ‘phil’(사랑한다)라는 의미가 합쳐진 조어)들에게 더욱 뜻 깊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스무살을 맞았다는 기념비적 사실과 함께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의 역사적 자취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특별전 ‘아시아영화 100’을 진행하기에 그렇다. ‘아시아영화 100’의 대표적인 상영 목록인 ‘동경이야기’(오즈 야스지로, 1953)‘ ‘라쇼몽(구로사와 아키라, 1950)’ ‘화양연화 (왕가위, 2000)’ ‘스틸 라이프(지아 장커, 2006)‘ ‘하녀(김기영, 1960)’ ‘비정성시(허우 샤오시엔, 1989)‘ 등은 영화사에서 최고의 명작으로 뽑히는 영화들임과 동시에 이미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 및 호평을 통해 입증된 걸작 중에 걸작들이다.

무엇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과 다양한 시도들이 놀라운 이유는 앞서 언급된 위대한 작품들을 단 하나의 영화제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점과 소수가 아닌 수많은 시네필들이 서로 우정을 나누며 관람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이다. 시네필들 사이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이더라도 영화 취향이 같을 때 마치 피를 나눈 것 같은 우정을 느낀다”라는 말이 시대정신처럼 회자되고 있다. 그러므로 영화제란 그 우정이 가장 만개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자 시간이다. 동시에 영화로 맺어진 전 세계의 친구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떨어져 있다가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모임이자 축제다.

일반 멀티플렉스에서 이런 영화제의 강점들이 미약하거나 불가능한 이유는 영화를 선택하는 폭에 있어서 그 차이가 엄청나기에 그렇다. 관객들은 보통 멀티플렉스에서 좌석점유율과 예매율 등을 기준으로 ‘이미 상업적인 카테고리 안에서 선별된 영화’들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만을 가진다. 하지만 영화제에서의 관객들은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의 방향까지 고를 수 있는 폭넓은 선택권까지 획득하게 된다. 영화제에는 현직 감독들과 배우들이 참석하는 풍성함과 함께 프로그램 섹션이라는 특화된 전문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음원사이트에서 음원을 살펴보는 것과 음악 페스티벌에서 노래를 접하는 것 만큼의 놀라운 간극이 있다.

결국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많은 영화팬들의 활력이 교집합처럼 모이는 곳이라는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시네필들의 활력은 곧 영화에 대한 사랑이자 우정이기에 이를 통해 영화산업은 더욱 발전하게 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활발히 영화관을 찾을 것이며 영화에 대한 우정을 수많은 담론과 호응으로 표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영화를 사랑한다면 부산으로 출발해야만 한다. 사랑은 말보다 행동이니까.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금 시네필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만약에 당신이 영화제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영화제는 당신을 좋아할 것이기에 그 뜨거운 환영을 만끽해 보는 것도 반드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영화는 인생과 닮았다. 그렇다면 영화제는 ‘인생의 축제’. 연인과 친구끼리는 서로 만나야 즐거운 것처럼 영화팬들과 영화제 역시 함께 만나야 비로소 행복하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앞으로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소준환 이슈팀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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