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길동①] 이제훈, “홍길동 캐릭터 욕심 나…‘홍길동 비긴즈’로 봐달라”(인터뷰)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트렌치코트 입고 권총 드는 제 모습이 저도 궁금했어요.”

배우 이제훈(32)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이 되어 스크린에 돌아왔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권총을 든, 불법 흥신소 ‘활빈단’의 사립 탐정이다. 송중기를 일약 스타로 발돋움시킨 ‘늑대소년’(2012)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이 또 하나의 ‘치명적인 매력남’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5월 4일 개봉하는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이다.

영화에서 홍길동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을 찾아 복수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김병덕의 집을 찾아가지만 그의 자취는 온데간데 없고 손녀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정도 없고, 정의감도 없는 홍길동에게 할아버지를 찾아달라며 들러붙은 두 아이는 시종일관 홍길동을 귀찮게 한다. 두 아이를 데리고 김병덕을 찾아다니던 홍길동은 사이비 종교 조직인 ‘광은회’와 마주하게 된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제훈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느와르 장르에 대한 ‘로망’ 때문이었다. “오륙십 년대 필름 느와르 작품을 보면서 ‘나도 저런 옷을 입고서 안개가 깔리고 빛이 어둡게 떨어지는 골목길을 걷는 외로운 남자의 모습을 표현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조성희 감독님을 통해 제가 꿈꾸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탐정 홍길동’의 시대적ㆍ공간적 배경은 마치 상상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처럼 두루뭉술하게 표현됐지만, 이를 구현한 영화적 미장셴은 매우 독특하고 뛰어나다. 선인(善人)과 악인(惡人)을 구분하는 색감, 만화적인 설정이 영상으로 녹아들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미국에 팀 버튼이 있다면 한국에는 조성희가 있다”는 말로 이제훈은 조성희 감독을 추켜올렸다. 영화 속에 아이들이 등장하고, 그들과 만나는 어른들이 동심을 되새겨서 새롭게 성장하는 이야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훈은 “홍길동이 피터팬 같았다”고 했다.

정의감이 없는데 ‘어쩌다가’ 사람들을 구하게 된다는 ‘안티히어로’ 적 설정도 이제훈을 끌어당겼다. “나쁜놈인데 더 나쁜놈을 잡는다는 이야기를 보고 놀랐어요. 헐리웃 작품에서도 이런 설정을 거의 못 봤던 것 같아요. 홍길동은 절대로 자신이 영웅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 변요한을 짧고 굵게 등장시키면서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돋궜다. 후속편 제작을 두고 감독과 주요 배우의 교감도 이미 이뤄진 상태다. 그는 “어느 정도 흥행이 되어야 후속편이 나올 수 있겠지만, 후속편이 나온다면 홍길동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광은회의 깊숙한 실체에 다가가는 내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욕심도 있다”며 “이번 영화는 할리우드의 ‘배트맨 비긴즈’처럼 ‘홍길동 비긴즈’로 봐 주시라”고 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어느 정도 흥행’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자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500만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탐정 홍길동’은 2014년 제대 후 그에게 첫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건축학개론’(2012), ‘점쟁이들’(2012), ‘파파로티’(2013) 등 영화에서 줄곧 주연배우로 영화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분량만 따지면 ‘4분의 1’이던 ‘건축학개론’에서 ‘2분의 1’인 ‘파파로티’를 거쳐, ‘탐정 홍길동’에서는 ‘원톱’이 됐다.

그만큼 부담도 크다. “점점 맡은 포지션이나 캐릭터가 해야 할 분량이 많아졌고, 홍길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혼자 가져가야 하는 작품이었다”라며 “부담감이 컸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27일 개봉한 마블의 슈퍼히어로물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의 기세에 한국영화들이 일제히 개봉을 미룬 가운데, ‘탐정 홍길동’은 꿋꿋이 5월 4일 개봉일을 사수했다. “일당백으로 싸워야 하나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자신은 있다.

“한국에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고무적이에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홍길동이라는 친근감도 있고, 영화를 보신 분들은 저희 영화를 지지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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