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명은 KBS <출발 드림팀>의 MC로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지만 단 한 순간의 잘못으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교통사고를 내고 사후처리를 하지 않은 채 사라져버린 사실 때문에 음주운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지만 그는 나중에 경찰에 출두해서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 의해 여러 거짓 정황들이 드러났다. 자동차 사고 직전 음식점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던 사실도 밝혀졌고, 위드마크 공식으로 계산한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6%로 나왔다.
만일 음주운전 사실을 그 자리에서 인정하고 교통사고 사후 수습을 했다면 훨씬 가벼워졌을 사안이지만, ‘거짓말’로 이를 덮으려 했다는 정황은 문제를 더 크게 만들었다. 거짓말로 인해 사태를 악화시킨 대표적인 사례가 신정환의 원정도박 사건이다. 원정 도박이 들키게 되자 뎅기열에 걸린 것처럼 가짜 사진을 찍어 이를 무마하려 했다 결국 들통이 난 사례다. 도박보다 거짓말이 이른바 ‘괘씸죄’가 되어 신정환은 지금까지도 방송활동을 못하고 있다. 사안 그 자체보다도 사실을 덮으려한 거짓의 죄에 대중들은 더 분개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기억>은 진실을 거짓으로 은폐하려는 시도들이 어떤 결과를 낳는가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태석(이성민)은 뺑소니 사고로 죽은 아들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일에 몰두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신이 일하는 로펌 사장 이찬무(전노민)의 아들이 그 뺑소니범이다. 즉 스스로 자신의 기억을 유예시킨 대가는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은폐한 자들이 던져주는 돈과 권력에 취해 살아온 자신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혐오로 돌아온다. 또한 덮어버린 사건을 빌미로 협박을 하던 청년은 뺑소니범 할머니의 사주에 의해 살해당한다. 하나의 죄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죄로 이어진다는 것. <기억>이라는 드라마는 잘못에 단죄 받지 않은 자는 결국 용서도 받지 못한 채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며, 심지어 또 다른 범죄를 잉태하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기억>이라는 드라마가 하필 죄를 은폐하는 거짓말과 우리 스스로 진실을 외면하는 기억의 기만을 다루고 있는 건 우리네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사건 사고들이 그토록 터져 나와도 어찌된 일인지 속 시원히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때론 유야무야되어버리는 상황들을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봐왔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드러냈던 진상규명에 대한 목소리들은 잠시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잦아들었고, 그렇게 사안을 잊을 만하면 유사한 또 다른 사건이 터지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그 사건들은 과연 아무런 연관이 없었을까.
이창명의 거짓말 같은 사안은 어찌 보면 국가적 재난 상황 같은 거대한 사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일이다. 하지만 죄가 있고 그 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이 사안 역시 결코 작은 건 아니다. 잘못을 해도 거짓 속에 진실이 묻히고 소소한 처벌로 마무리되는 사회라면 그 사안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 미래를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안보다 거짓말에 더 민감해진 대중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크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니.
- 정덕현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