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플러그드①] 봄의 록페, 난지공원은 여름이었다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왜 이렇게 땀이 나죠? 오늘은 여름이니까요.”(장미여관)

강 바람 한 점 없었다. 32도를 이미 예고했다는 듯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녹색 잔디밭은 우산을 폈다. 선글라스와 우산으로도 역부족. 텐트를 가져온 사람이 승자였다.

지난 22일 서울 상암 난지 한강 공원에서 열린 봄의 록페스티벌(이하 록페) ‘그린플러그드 2016’은 여름이었다. 한 곡 불렀을 뿐인데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장미여관의 등장에 돗자리를 털고 일어나 무대 앞으로 질주, “손 머리 위로”에 허공으로 손을 뻗던 관객들의 얼굴에도 땀방울이 흘렀다. 가장 덥다는 오후 3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지만 여전히 태양은 이글거렸다.

[사진=‘그린플러그드 2016’ 제공]
[사진=‘그린플러그드 2016’ 제공]

“3시에는 거의 그늘만 찾아 다녔어요. 4시부터 사람들도 들어오더라고요. 이제 좀 돌아다니면서 즐기는 중이에요.”(관객 선우연주(29ㆍ여)) 공식적으로는 12시 시작을 알렸지만 더운 날씨 탓에 3시를 조금 넘기고서야 장내가 차기 시작했다. 탁 트인 전경에 무대 뒤로 한강이 보이는 ‘윈드(Wind)’ 스테이지가 조금씩 서늘해 지기 시작한 오후 4시 께 커피소년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우연주씨가 그늘을 벗어나 처음 온 무대였다. “저는 ‘윈드’ 스테이지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강을 보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어서 좋고 시원한 느낌도 들어요.”

오후 5시께 힙합 듀오 긱스의 무대부터 ‘문앤썬(Moon&Sun)’ 스테이지로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다. 그늘로 피신해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뛰쳐나왔다. 누그러진 태양의 열기 대신 힙합과 락의 열기가 그 자리를 채웠다. 민소매 차림에 선글라스 한 손에 든 시원한 맥주가 여름을 방불케 했다.

[사진=‘그린플러그드 2016’ 제공]
[사진=‘그린플러그드 2016’ 제공]

‘문앤썬’ 스테이지가 대중적인 아티스트들의 무대로 꾸려진다면, 좀 더 하드코어한 록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썬앤어스(Sun&Earth)’ 스테이지다. 장미여관이 끌어 올린 열기에 크라잉넛이 불을 지폈다. “오늘은 모든 걱정을 집에 다 좋고 아무 걱정 없이 놀아 봅시다. 뛰어!”(크라잉넛 보컬 박윤식) 스탠딩 석이 들썩였다. 500여명의 인파가 저 마다 다른 박자로 파도를 만들었다. “자 가볼까요? 룩, 룩, 룩셈부르크. 아, 아, 아르헨티나” ‘룩셈부르크’에 사람들의 ‘떼창’이 울려 퍼졌다. 피크닉 석에서 관전만 하고 있던 관객들도 어느새 어깨를 들썩이며 떼창에 입을 맞췄다.

오후 8시께 지지 않을 것만 같던 해가 지고 기분 좋은 강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썬앤어스’ 스테이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여러분 아름다운 밤입니다. 여러분께 드릴 건 없고 이 밤을 드리겠습니다.”(김창완) 헤드라이너 김창완 밴드의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가 시작되자 스탱딩석은 일사 분란하게 기차를 만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선두를 따라 한바탕 기차 놀이가 벌어졌다. ‘우리 같이 놀아요’에서는 모두가 하나가 됐다. 원을 만들어 원 중앙에서 춤판이 벌어졌다. 스탠딩석은 말 그대로 ‘같이 노는’ 장이 됐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관객과 관객이 하나가 되는 무대”라고 김창완은 이 날 공연을 정의했다.

이 시각 정반대 편의 ‘문앤썬’ 스테이지에서는 서늘해 지는 날씨에 걸맞게 차분한 선곡으로 봄을 불어넣었다. 세 스테이지는 각기 다른 색깔로 세 개의 다른 페스티벌을 만들고 있었다. 마지막 이승환의 무대는 그 어떤 무대보다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 돗자리에서 휴식을 취하던 피크닉 석 관객 마저 일어났다. 맨발로 잔디밭을 밟으며 뛰었다. 피크닉 석도 스탠딩 석도 락의 열기에 취한 밤이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다. 모든 무대가 끝난 오후 10시 께 달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사진=‘그린플러그드 2016’ 제공]
[사진=‘그린플러그드 2016’ 제공]

이날 관객들은 3개 스테이지와 더불어 버스킹 스테이지와 피크닉 스테이지를 오가며 취향 따라 스테이지를 옮겨가며 강 바람에 쉬어 가기도, 하드코어한 록에 한 몸을 다 바쳐 뛰어보기도 했다. “저는 2013년도부터 매년 와요. 장시간 동안 편안하게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편하게 보고 음주도 가능하고 맛있는 음식도 있잖아요.”(관객 안소은(28ㆍ여)) “쉽게 말하면 뷔페 같은 거죠. 스테이지가 여러 개니까 제가 좋아하는 가수를 찾아 왔다 갔다 하면서 다 볼 수 있고. 내년에도 올 것 같아요.”(관객 안병윤(32ㆍ여))

이날 행사에는 2만 명이 넘게 몰렸다. 사람이 많은 곳엔 말이 안 나올 수도 없듯 문제도 있었다. 들어올 땐 분산돼 들어왔지만 나갈 땐 다 함께였다. 바로 옆 강변 북로에서 택시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주최측에서 DMC역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했지만 수 많은 인파가 몰려 긴 줄을 설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난지 공원에서 강변북로로 넘어가는 육교가 사람으로 꽉 막혔다. 자가용을 가져 온 사람들도 진퇴양난이었다. “들어올 때도 주차하는데 40분 넘게 걸렸는데 나갈 때도 문제네요.” 허희원(26ㆍ여)씨와 이윤표(31)씨는 힘겹게 주차에 성공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문제였다. 주차 공간이 협소해 이날 난지 공원으로 들어가는 도로 옆에는 도로변에 주차한 차량이 긴 줄을 이뤘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줄 모른 채 주말 가족과 함께 난지 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주말에 텐트 가지고 나와서 자주 쉬곤 하는데 오늘 이런 행사가 있는지 몰랐다. 주차하는 데 애를 먹었다. 평소처럼 나들이 왔을 뿐인데 음악도 시끄럽고 솔직히 좋지만은 않다.”(임재준(43ㆍ여))

5개 스테이지로 다채로운 무대를 볼 수 있어 좋았지만 메인 무대인 ‘썬앤어스’와 ‘문앤스카이’ 스테이지가 멀리 떨어져 있어 하나만 택해야 하는 딜레마가 ‘옥의 티’이기도 했다. “후반부에 보고 싶었던 뮤지션들이 양 쪽 스테이지에 모두 나오는데 걸어서 5분이 넘게 떨어져 있어서 둘 다를 온전히 즐길 수 없어서 아쉬웠다.”(관객 김경훈(29))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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