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사고친 연예인 복귀무대… 명과 암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출연진은 어쩔 줄 몰라 절절 매고 MC들은 신나 한 술 더 뜬다. 수위 조절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출연진과 MC들의 ’밀당(밀고 당기기)‘가 이어진다. 사건 사고로 곤욕을 치른 전적이 있는 연예인이라면 MC들에겐 더 좋은 소재가 된다. 이게 ‘라디오스타’의 매력이다.

영혼까지 털리는 사고뭉치 연예인= MBC ‘라디오스타’는 사건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뒤 방송에서 하차한 연예인들이 ‘재기의 발판’으로 삼는 방송 중 하나다. 비단 ‘라디오스타’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독 적나라하게 사건 사고를 들춰내 출연진을 당황하게 만드는 데는 전문이다. ‘사이다’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속 시원하게 모든 이야기를 툭 터놓는 장이 되기도 한다. ‘비호감’ 연예인도 호감으로 돌려놓고, 사고친 연예인도 살려낸다는 이른바 ‘인공호흡기’ 예능이다. 김구라, 김국진, 윤종신, 규현 네 MC는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질문이자 출연진이 피하고 싶은 질문을 콕 집어 물어 본다. 김구라는 사생활 파헤치기 전문, 김국진과 윤종신은 은 안 그런 척 하면서도 민감한 질문으로 가장 아픈 곳까지 찌른다. 규현은 ‘돌직구’로 한 방에 보내는데 능하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사고친 연예인이 출연하면 대화 소재는 단연 활동 중단의 계기가 된 사건사고 이야기다.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도 결국 진실을 설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출연진은 솔직하게 뒷 이야기를 털어놓고 하차 후 어떻게 지냈는지 눈물 먹은 암흑기까지 쏟아낸다. 마지막으로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시청자들에게 사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죄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여전한 예능감을 뽐내며 춤추고 노래하고 개그도 던진다. MC들은 ‘녹슬지 않은 예능감’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시작은 짓궂었지만 MC들과 출연진의 마무리는 훈훈하다. 완벽한 예능 복귀를 알리는 경종이 울리는 순간이다. 사고친 연예인이 ‘라디오스타’에 나왔다 하면 이 포맷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탁재훈도 첫 지상파 복귀를 ‘라디오 스타’로 정했다. 지난 2013년 도박파문으로 방송에서 하차한지 약 3년 만의 나들이다. 지난 4월 방송분에서 MC 규현은 기다렸다는 듯 도박 파문 당시 네티즌들의 반응을 정리해 놓은 판넬을 꺼낸다. 적잖아 당황하지만 곧 탁재훈은 “물의를 빚어서 정말 죄송하고 많이 반성하고 다시 나왔다”고 사죄했다. 숙연해진 분위기는 탁재훈의 ‘사과 댄스’로 폭소 만발이 됐다. 탁재훈은 클럽댄스를 추며 중간 중간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틈새 사과를 연발하며 웃음과 사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이날 탁재훈은 ‘라디오스타’ 출연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일궈냈다.

자학개그로 ‘능구렁이 담 넘듯’ 면죄부 주나= 과거 사건사고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정중한 사과도 잊지 않지만 여전히 불편함은 있다. ‘자학 개그’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희화화 하는 부분도 호불호는 갈린다.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뻔뻔해 보인다는 반응도 나온다. 때문에 능구렁이 담 넘어 가듯 뻔뻔하게 복귀할 수 있는 장으로 보는 시선도 없지 않아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지난 4월 ‘라디오스타’의 탁재훈도 마찬가지다. 이날 탁재훈은 “실컷 싸우고 헤어졌다. 다정했던 사촌 여동생이 나를 고소했다”며 이혼을 개그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탁재훈은 3년 전 도박사건 이후 파경을 맞았다. 여기에 신정환 이야기도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 탁재훈은 MC들이 신정환에 대해 묻자 “만약 복귀한다면 ‘라디오스타’로 먼저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MC규현은 “저도 복귀한다면 ‘라디오스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지난해 9월에는 윤정수가 개인 파산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말하며 “개인 파산 때문에 법원에 출입하다 보니 법에 관련해 전문가 급이 됐다. 연예인분들 전화도 많이 온다”며 자학개그를 선보였다. 비단 출연진뿐 아니라 이혼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김구라는 방송 중 김우빈과의 통화에서 “너도 결혼 잘해야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학개그는 비단 ‘라디오스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다만 사고친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가 개그로 승화돼 웃음으로 넘겨지는 게 편치만은 않다. 탁재훈의 ‘라디오스타’ 등장에 시청자들의 의견도 갈렸다. 불편했다는 의견과 재밌었다는 평으로 나뉘었다.

평은 갈렸지만 탁재훈은 현재 성공적인 복귀를 알리며 속속 예능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라디오스타’ 방송 직후 탁재훈 측은 “5곳 정도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복귀를 무조건 반대할 일도 아니지만 그저 웃으면 넘기기에는 그가 받았던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이라는 형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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