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마지막주 장면들을 보면서 기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박신혜(유혜정)가 척추에 종양이 생긴 진명훈(엄효섭 분) 병원장에게 수술 ‘어시스트’를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다.
또 하나는 서로 대립 관계에 있던 이성경(진서우 역)이 박신혜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장면이다. 두 장면은 인과관계가 있는 장면으로 후자는 전자의 행동을 유발시킨 요인이다.

박신혜에게 진명훈 병원장은 어떤 사람인가. 아버지로부터도 버림 받고 유일한 생존의미가 된 할머니 강말순(김영애)을 수술하다 실수로 죽음에 이르게 한 의사다. 문제는 그러고도 자신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것. 그런 점에서 박신혜가 병원장의 수술 어시스트를 자원한 것은 ‘성숙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행위다.
물론 박신혜는 무릎을 꿇어가면서 아버지의 잘못을 사과했던 이성경이 자신의 친구임을 깨닫고용기를 낸 행위겠지만 ‘어시’ 자원은 평범한 사람들이 하기 힘든 성숙한 행동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박신혜는 어려움을 겪으며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유혜정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
박신혜가 수술 어시스트를 함으로써 병원장인 진명훈은 박신혜에게 뒤늦게나마 사과하고 고마움을 전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관계의 화해는 도미노처럼 일어난다. 관계를 통해 인물은 변화하고성장한다. 성숙한 인간들이 많이 있으면 결국 그 사회도 좋아진다.
박신혜의 남자 ‘홍홍홍‘ 김래원(홍지홍)이 병원장의 비리 증거를 잡고도 재빨리 행동 개시를 못한것이 박신혜가 병원장에게 했던 협박성 멘트가 녹음돼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홍지홍의 사랑과 배려를 느끼게 했다. 그는 할머니 사고에만 집착하는 박신혜에게 복수심으로 현재가 즐겁지 않은 인생은 스스로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래원은 자신의 집에 ‘인형뽑기’를 두고 박신혜와 달달한 로맨스만 즐기는 인물이 아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수술실을 떠나는 인사 조치를 기꺼이 감내하는 성숙한 인간이고, 행동 하나하나 사랑하는 여자를 위하는 진심이 묻어나 있다.
성숙한 인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인 윤균상(정윤도)도 끝까지 시청자를 흐뭇하게 해주었다. 사실 이성경과 윤균상은 수시로 악인도 될 수 있는 등 ‘제물 캐릭터‘가 되기 쉽지만, 멜로에 있어 각각 멋있는 서브남녀주인공으로 남게됐다.
윤균상에게는 두가지 차별적인 특징이 있다. 짝사랑을 저렇게 창의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점(19회 대사)과 남자 연적(윤균상과 김래원)끼리 오글거릴 정도로 사이좋게 지낸다는 점이다.
정윤도는 짝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매너와 철학, 거기에 창의성까지 지녔다. 연애 초절정고수 김래원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웠지만 혼자 박신혜를 사랑하는 게 외롭지 않다고 했다. 다른 여자를 만나 유 선생을 생각하는 게 더 외롭단다. ‘사랑’(짝사랑에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이 들어가는 것은 안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짝사랑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었다. 시종일관 성숙한 모습을 견지한 정윤도는 비록 유혜정을 얻지는 못했지만 다수의 여성 시청자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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