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까만 선글래스에 파자마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5명이 아닌 2명이었다. “다들 생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이날 인터뷰에는 보컬이자 댄스를 맡고 있는 나잠수와 베이스의 지만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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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
술탄오브더디스코(나잠수(보컬), JJ핫산(댄스, 코러스), 김간지(드럼), 지(베이스), 홍기(기타))는 2005년 엠알(MR)에 맞춰 립싱크 공연을 하는 댄스 그룹으로 가요계에 전격 등장했다. 2013년에는 1집을 발매, 노래 ‘탱탱볼’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음악 장르는 1970년대를 풍미한 디스코 음악이다.
“기획된 건 아니”라고 했지만, 이들은 인디계의 아이돌이란 별명을 얻었다. “남자 다섯명이서 각각의 포지션에 맞춰서 끼를 발산하는 모습이 흡사 아이돌 같아서 그런거 같은데요?” 보컬 나잠수가 너스레를 떨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초창기에 웃긴 밴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농담을 하는 자리에서 스핑크스와 북청 사자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름들이 나왔었죠.” 이 이름이 간택된 이유는 뭘까. “중동 아랍 국가에 술탄이 왕, 최고 권위자인데 하인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침대나 쇼파에서 뚱뚱한 술탄이 앉아있고 하인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이름 듣자마자 이걸로 해야겠다 싶었죠. 술탄이라는 이름에 중동이 들어 있고 디스코에 장르가 들어 있어서 중동 콘셉트로 괴상한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디스코라는 장르도 “이름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밴드 이름을 먼저 정하고 그다음 장르를 정한 셈이다. “이름에 디스코가 들어가서 그때부터 디스코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노래도 많이 찾아 듣고 영상도 봤죠. 너무 멋있어서 그 뒤로 푹 빠지게 됐어요. 그때부터 디스코도 많이 듣게 되고 대학교에서 아랍어 수업도 들었어요. 물론 학점은 C 받았지만요. (웃음)”
그렇게 디스코 밴드가 됐다. “음악적으로 말씀드리면 70년대 펑크 디스코 소울(Soul)의 한국 현지화죠. 한국에서 너무나 희귀한 장르예요. 세계적으로는 아주 유명하고 히트를 쳐서 미국에서는 한국으로 치면 성인가요랄까요, 누구나 다 뻔히 알고 수도 없이 들은 노래 같은 거죠. 한국에서는 생소하죠 사실.”
디스코라는 장르도 이들이 하는 음악의 ‘정체’를 설명해주지 못하는 듯 했다. 이건 그들도 동의했다. “결과물적으로 보면 저희도 왜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데, 10년 동안 우리가 하고 싶었던 걸 다 지르고 우리가 원하는 이상향이 복합적으로 조합되다 보니까 이상한 모양이 된 것 같습니다. 세월의 흔적이죠.” (보컬 나잠수)
장르를 떠나 이들을 정의하기 쉽지 않은 건 이제껏 보지 못한 콘셉트 때문이다. 그래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은 ‘B급 감성’이다. “우선 얼굴이 B급이고.(웃음) 저희 멤버들이 다 그런 B급 취향이에요. 영화도 그렇고 멤버들이 공유할 수 있는 뚜렷한 공통점이 B급 정서에 대한 선호예요. 그런 것들이 음악 외적으로 결합을 해서 괴상한 형태가 된 거죠.”
‘B급’의 매력을 물었다. “뻔하지 않은 것들을 찾는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뻔한 것”이라고 했다. “TV나 대중매체에서는 B급 감성보다는 정제되고 표준화된 문화들만 대중에게 보여주는데 매일 보던 걸 지루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봤을 때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 중 하나죠.” 나름대로 B급 정서를 정의한다면, “과거에 대한 향수와 새로운 것에 대한 조화”라고 했다. 듣고보니 그럴듯한 비유였다. “일부러 못 만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요즘 만들었지만 옛날 것 같은 느낌. 그게 대중화된 B급인 거죠.”
이들은 인디밴드지만 춤을 추고, 콘셉트 의상으로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그러다 노래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초반에 립싱크 그룹으로 활동하다 보니 음악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목표는 립싱크 댄스가 아니라 20인조 밴드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립싱크하니까 인디밴드도 아니고 음악성도 없다고 해서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죠. 결정적으로 2007년에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서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졌는데 립싱크 밴드는 경연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해서 라이브로 준비를 했는데 떨어졌죠. 그때부터 노래를 하기 시작했어요.”
노래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나잠수는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나는 사실 댄서로 태어난 몸”이라고 말했다. “가수라고 불리고 있지만, 마음 속에는 댄서가 숨어 있는 거죠. 도시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본능 속에는 킬러(Killer)가 있는 것과 같은 거죠. 댄서가 본능 속에 있습니다.” 타고난 댄스와 더불어 노래 연습에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제는 제가 재능이 있는 건 접어두고 재능이 없는 걸 잘하는 게 더 재미있어서 노래를 열심히 하려고요.”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최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케이콘(K-CON)’ 무대에 올랐다. “케이팝 팬들이 모이는 행사였기 때문에 사실 저희가 만나는 관객층이라는 전혀 달랐어요. 근데 그래서 더 즐거웠습니다. 저희가 못보던 팬들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었거든요. 말하자면 역수입 같은 거죠. 한류 팬을 외국에 나가서 새롭게 만나는 거예요. 케이팝 팬들이 아주 열광적으로 좋아해 주셔서 기분 좋게 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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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붕가붕가레코드 제공] |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오는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상암 DMC와 홍대 일원에서 열리는 ‘2016 서울국제뮤직페어’에도 참여한다. 해외 뮤지션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있을 예정이다. 겹경사로, 최근 일본 레이블 VAP와 계약도 맺었다. 일본 레이블과의 계약에는 약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14 썸머소닉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갔는데 VAP라는 회사 관계자가 저희 무대를 보고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저희가 한국에 초청해서 라이브 무대도 보여드리고, 일본 회사에 가서 높으신 분도 만나고 해서 1년 6개월간 계속 러브콜을 보냈죠.” 삼고초려 끝에 얻은 값진 성과다.
“이제야 드디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구나 했죠. 일본에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더 넓은 세상에서 음악적 경험을 하고 싶거든요. 단순히 놀러 가서 음악 하는 거 말고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가까우면서도 음악시장이 넓은데다 다양성이 존중되거든요.”
일본에서 음악을 하고 싶은 이유는 비단 거리와 음악시장 때문은 아니다. “친구를 더 많이 사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우리 같은 그룹이 많이 없어서 외로웠어요. 그런데 일본에는 우리처럼 우스꽝스럽거나 징그럽거나, 독특한 그룹들이 꽤 많아요. 실험적인 그룹도 많고요. 그래서 그런 밴드들과 같이 분류돼서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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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붕가붕가레코드 제공] |
해외 활동에도 발돋움했지만, 국내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정규 2집을 준비하고 있어요. 일본 활동이 중간에 끼어서 발매가 늦어지고 있는데 2집에서는 술탄 오브더 디스코가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이미지를 더 끌어올리면서 대중적으로도 좋아해 주실 수 있는 음반을 만들려고 해요. 이번에 2집이 잘돼서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싶어요. 아, MBC ‘무한도전’ 가요제 꼭 나가고 싶어요. 꼭 써주셔야 해요. 2007년부터 계속 보고 있어요. ‘무한도전’ 가요제 꼭 불러주세요~ (웃음)”
올해로 12년차, 디스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바라보는 내일은 어떤 그림일까.
“지금은 마이너”라고 했지만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유행”을 꿈꾼다.
“저희가 하는 장르가 유행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후발주자가 돼줬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10년을 넘게 했는데 아직 후발주자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건 그만큼 저희가 마이너하다는 거죠. 저희가 하는 음악이 막상 들으면 듣기 어렵거나 실험적인 게 아니거든요. 대중들을 고려하면서 노래를 만들지만 나름의 음악성과 새로운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으니 많이들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신나고 유쾌하고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실력이 출중하고 생소하면서도 대중적이고 새로운 장르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 저도 재밌게 음악을 하고 듣는 사람도 재밌게 들을 수 있는, 그런 밴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