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발광’ 비굴한 권해효 부장이 살아남았다는 의미는?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내가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인물은 박상만 부장(권해효)이다.

박상만은 본부장 승진을 노리는 출세지향 영업부장이다. 하우라인의 영업마케팅본부에는 영업팀과 마케팅팀이 있는데, 영업팀장인 박상만은 명석한 팀장인 주인공 서우진 부장(하석진)과 대비를 이루는 캐릭터로 설정된 듯하다.


그럼에도 권해효에게 자주 눈길이 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우리 회사들이 부장들을 비굴하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하석진 같은 부장이 최종회에 본부장으로 컴백하지만, 실제로는 입바른 소리 많이 하다가는 잘리기 싶다. 서우진 부장은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융통성을 발휘하지만, 윗사람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는다. 오히려 권해효처럼 ‘라인‘과 ‘인맥’을 찾아다니며 사내 정치를 해야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어떤 부장이 바람직한 회사 간부인지는 누구나 다 안다. 권해효 같은 부장 밑에서 일하는 부원들이 불쌍해보이지만, 현실은 이보다 더 냉혹하다. 교과서 같은 소리가 회사에서 통하지 않을 때도 많다.

권해효 부장이 마지막회 끝장면에서 살아남은 걸 보면 드라마지만 의미심장하다. 우리의 주인공 서우진 부장이 멋있게 본부장으로 컴백하면서 직원들에게 업무보고 부터 시작하자고 말한다. 판타지가 섞인 해피엔딩이다. 그런데 박상만 부장은 이 상황에 어리둥절 하면서서도 이내 “업무보고 하러 가자”고 하며 뛰어간다.

직장은 합리성과 사랑의 정신으로만 굴러가는 조직이 아니다. 정글과 같은 생존경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하루 아침에 대기발령이 난 한정태 본부장(이윤상)은 “헌신하면 헌신짝처럼 버려지길래, 안 버려질라고 발버둥쳤을 뿐이다”라고 절규했다.

박상민 부장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비굴해졌다 배신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살아간다. 동기인 허구동 과장에게는 “구린내를 안 즐기면 여기서 못 버텨요. 이게 다 거저 얻는 거처럼 보여도 피땀 흘린 노동의 대가거든?”이라고 말하는 뻔뻔스러움까지 드러낸다. 박상민 부장이라는 인간이 직장에서 저렇게 살아가야 한다면, 뭐가 잘못된 걸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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