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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대만 화롄 지역에 발생한 강진으로 건물이 기울어진 모습. [AFP]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대만에 7.2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직후 전 세계는 인명피해 못지 않게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만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의 공장이 다수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공정 자체가 워낙 미세한 작업인 만큼 지진이나 작은 진동은 매우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24시간 일정한 온도와 습도, 압력 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인 반도체 공정에서 가동 중단은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
수백 단계의 공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특정 공정이 멈출 경우 연쇄적으로 다른 공정에까지 영향을 미쳐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상 가동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대 3개월의 기간이 걸린다는 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지금처럼 반도체 업황이 완연한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반등하고 있는 시기에 제조라인의 가동 중단은 곧 반도체 생산량 감소와 실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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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노광장비 [ ASML 홈페이지] |
대만은 과거에도 강진을 겪었기 때문에 TSMC 공장의 내진 설계는 규모 7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강진으로 인해 일부 웨이퍼가 손상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생산라인도 가동을 중단했다.
TSMC는 지난 4일 저녁에 낸 성명에서 “소수 장비가 손상돼 일부 생산라인은 재개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 바클리는 이와 관련해 “고도로 정교한 반도체 팹(공장)은 진공상태에서 연중 무휴로 24시간 가동돼야 한다”며 이번 가동 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을 우려했다.
중국 반도체 전문지 신즈쉰은 이번 강진으로 TSMC의 2분기 실적이 6000만 달러(약 807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과 일본은 일명 ‘불의 고리’로 부르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자리잡고 있어 지진 발생위험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인접한 한국과 중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이 때문에 외신에서는 지진에 민감한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공장 부지 선택에도 신중을 기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3일 “TSMC와 삼성이 미국 공장의 위치로 지진 위험이 낮은 애리조나와 텍사스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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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내 설치된 댐퍼 구조물. [SK하이닉스 제공] |
반도체 공정 중에서도 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노광공정은 특히 진동에 매우 민감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아예 노광장비가 자체적으로 지진에 대비한 시스템을 탑재한 경우도 있다.
노광장비 회사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 ASML은 진동을 느끼면 웨이퍼와 장비가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가동을 중단하도록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다시 정상 가동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공장들도 특수 설계와 장비를 통해 지진 등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 설계 시 진동을 줄이는 특수장치인 댐퍼(damper)라는 구조물을 건축물에 설치했다. 또한, 진동에 민감한 장비를 설치하기 전 진동을 줄여주는 일종의 받침대를 바닥에 설치하고 그 위에 장비를 올려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