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필로폰 싸구려라고!” 총책은 1억 추징금을 깎아달라했다 [세상&]

캄보디아 마약총책, 필로폰 19.2kg 유통하려다 적발
1·2심 징역 12년에 1억여원 추징 명령
“필로폰 순도·함량 낮다” 주장했으나 대법원 기각


사진은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가 판매한 필로폰은 순도와 함량이 매우 낮습니다. 추징금을 줄이고, 가중 처벌도 피하게 해주십시오.”

-마약총책 A씨-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캄보디아에서 한국에 필로폰을 유통하다 붙잡힌 마약 총책이 법정에서 위와같은 주장을 펼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설사 일부 필로폰의 품질이 낮더라도 통상 국내 도매가 기준으로 가액을 정하는 게 맞다고 판시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경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향정) 혐의를 받은 마약총책 A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12년과 1억750만원의 추징을 명령한 원심(2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7월 캄보디아로 출국해 그때부터 한국에 마약류를 유통한 총책이었다. 텔레그램 메신저, 국제전화를 이용해 나이지리아·중국의 마약 조직과 함께 한국에 마약류를 공급했다.

A씨는 한국의 마약류 유통책에게 대량의 마약류를 공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23년, 유통책에게 해외의 마약 조직원으로부터 헬스보충제 5통에 나눠 담긴 필로폰 19.2kg(가액 약 19억) 상당을 전달받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다행히 해당 필로폰의 대부분은 국내에 유통되지 않았다. 경찰에 의해 범행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필로폰을 압수했고, A씨를 형사 재판에 넘겼다. 그는 과거에도 비슷한 범행으로 징역 4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출소한 뒤 이번 범행을 또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2년과 1억 75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22형사부(부장 조형우)는 지난해 5월, 이같이 선고했다.

마약류관리법과 판례에 따르면 마약 범행에 대한 추징금은 매매알선 범행에 대해선 실제 거래된 가격을, 수수 범행에 대해선 소매 가격을, 투약 범행에 대해선 1회 투약분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국내에 들인 19.2kg의 필로폰 중 압수당한 16.2kg의 필로폰은 제외하고 실제 국내에 유통시킨 필로폰에 대한 추징을 명령했다. 구체적인 추징금의 액수는 대검찰청 ‘마약류 월간동향’에 기재된 필로폰의 국내 도마가격을 기초로 산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해당 필로폰의 순도와 함량이 매우 낮다”며 추징금 액수가 잘못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대검찰청의 감정 결과, 해당 필로폰의 순도가 90% 이상이라 상품가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공범들이 필로폰의 상품 가치가 없다고 진술하나 이것만으로 해당 사실을 인정할 순 없다”며 “공범들이 처벌 수위를 낮추고자 허위 진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필로폰 품질에 따라 가액 산정을 다르게 할 수 있는 별도의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매월 발간하는 마약류 월간동향은 단속 건수, 압수량, 암거래가격 등을 종합한 것”이라며 “정규적·규칙적인 업무 활동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 기록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라고 밝혔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7형사부(부장 이재권)도 지난해 11월, 1심과 같이 징역 12년에 1억 75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압수된 필로폰 중 품질이 좋지 않은 필로폰이 일부 섞여 있었던 것으로 보이긴 하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품질이 통상 유통될 수 없을 정도로 낮아 보이진 않으므로 마약류 월간동향의 기준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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