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업들 氣 살리는 정책 필요”

상법개정안 거부권에도 불씨 남아있어
대미 투자 압박에 국내 투자 위축 우려
“트럼프 관세 후폭풍 최소화 힘 합쳐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의 혼란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 및 경제단체는 기업 경영 환경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법·제도 재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전례없는 대외 불확실성에도 상법 개정안 등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 정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경제계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는 ‘정부-기업’이 함께 국내 투자 및 연구·개발(R&D) 활성화를 촉진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경제계는 본격화한 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한 후폭풍을 우려하며 국내 투자 및 경영환경 안정화를 위한 친(親)기업 입법 정책을 요청하고 있다. 교역 위축 최소화를 위한 관세 세제 지원과 추경 예산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기업인의 기를 살리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 발빠른 대응이 절실한 상황에서 상법개정안 시행 등 국내의 각종 규제는 기업으로 하여금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상법개정안의 시행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민의힘과 재계는 주주들의 소송 위험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어려워지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했고, 지난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통상 거부권이 시행된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에 부쳐지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최종 폐기된다. 하지만 재의결에 부쳐지지 않을 경우, 6월 3일 대통령 선거 후 다음 대통령이 거부권을 철회하고 공포하는 것이 가능하다. 민주당에서 이를 검토하고 있어 재계에선 여전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발(發) 관세 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의 일관된 원팀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 교수는 “민주당이 하루빨리 ‘상법 개정안을 폐기하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 기업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며 “지금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후폭풍을 줄이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 팀장은 “관세 정책으로 대미 투자에 대한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에 규제만 잔뜩 있다면 기업들로서는 전혀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현행 법·규제 체계 하에서 투자는 및 R&D 위축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 산업을 겨냥하고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공급망 재편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은 우리 반도체기업의 수출 경쟁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 이라며 “국회에서 인프라 구축, 첨단 R&D 촉진, 소부장 공급망 안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반도체 산업 지원 특별법 논의가 가속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한시적 비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반도체 관세 부과로 인한 충격이 대기업에 부품 등을 납품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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