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다산정약용함 진수식 놓고 ‘냉가슴’

17일 진수식… 노조, “임금협상 먼저, 진수식 반대” 고공 농성
마스가 프로젝트로 활황 기회, K-조선 침몰로 이어질까 노심초사


백호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이 지난 10일부터 사측에 대해 교섭 압박강도를 높이기 위해 판넬공장 앞 40m 높이의 턴오버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제공]


[헤럴드경제(울산)=박동순 기자] HD현대중공업이 현존 세계 최고 성능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다산정약용함’을 건조해 진수식을 앞두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로 조선업이 활황 기회를 맞이한 가운데 노조가 진수식을 반대하고 나서 자칫 ‘K-조선 침몰’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다산정약용함은 공중·해상·수중 작전이 모두 가능한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를 탑재하고 북핵·미사일 요격 기능에다 탐지·추적력이 지금의 이지스함보다 2배 이상 좋은 현존 세계 최고 성능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이다.

HD현대중공업은 17일 울산시 동구 울산 본사에서 안규백 국방부장관과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해 방위사업청 관계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김두겸 울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산정약용함 진수식을 갖는다.

하지만 판넬공장 앞 40m 높이의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에는 백호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이 ‘임금협상 승리’를 구호로 진수식을 반대하는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국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태도 때문에 고공농성과 전면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국방부장관은 진수식에 올 것이 아니라 사측에 성실한 교섭을 요구해야 하고, 진수식을 거행한다면 거센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K-조선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미국이 조선산업 재건에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한 ‘마스가 프로젝트’에 부정적 요인이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기회로 삼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방문 분위기를 만들어 북미시장 진출 기반을 확실히 할 계획도 틀어질까 걱정하고 있다.

17일 진수식을 가지는 다산정약용함과 같은 급의 KDX-III Batch-II 1번함 정조대왕함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이지스함 ‘세종대왕함’(7600톤급)을 자체 기술로 설계·건조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서애류성룡함(7600톤급), 2022년 정조대왕함(8200톤급), 이번에 탐지·추적력을 2배 이상 향상하고 북핵·미사일 요격 기능까지 갖춘 다산정약용함까지 세계 최고 이지스함 설계·건조 기술력을 쌓아왔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번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 프로젝트’를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조선업이 이렇게 새로운 기회를 맞이한 시점에서 HD현대중공업의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산업계의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사 양측은 지난 7월 18일 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경쟁업체보다 훨씬 나은 ▷기본급 13만3000원(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격려금 520만원 ▷특별인센티브 100%과 성과금으로 조합원 평균 2700만원 인상 수준의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부결되었다. 이후 지난 10일까지 23차 교섭을 가졌으나 노조는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 중심의 인상을, 사측은 격려금 인상을 각각 제시해 난항을 겪고 있다.

급기야 지난 10일 노조가 부분파업 집회 중 턴오버 크레인을 무단 점거한 데 이어 11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파업 참여 규모는 16일 현재 사측 추산 400여 명으로 전체 조합원 7500명의 6%에 그쳐 생산 차질은 미미하다. 하지만 장기화할 경우 공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노동조합 자유게시판에는 노조의 쟁의 활동에 대해 “(집행부가) 성질난다고 조합원의 존재 이유인 회사를 파괴하고, 영업을 못하게 해 신용도를 추락시키는 것은 현장의 요구가 아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조상래 전 국제선박해양구조회의 전문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조선산업은 높은 산등성이와 같은 호황과 깊은 계곡과 같은 불황이 반복되는 특성이 있는데, 호황기에 불황을 대비해야 지속가능하다”며 “한·미 조선산업 간의 협력은 미래 불황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노사가 한마음으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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