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타게이트 등 빅테크 AI 투자 발표 잇따라
TSMC 223조·인텔 112조…韓기업 대비 막대
기술력·인재 넘어 자본력 규모가 승부처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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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에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기업성장포럼에서 던진 이 질문은 현재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본질을 드러낸다. AI 시대의 승부처가 기술력보다도 ‘수십조, 수백조원을 얼마나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지’ 자본력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과 인재가 특정 국가·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이며, 자체 역량이 부족한 국가나 기업의 종속 위험도 커지고 있다.
24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는 2026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프랑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다. 주요국 AI·반도체 기업들이 AI를 국가 경제와 안보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수백조원대의 초대형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고성능 인프라와 생산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기술 주도권을 잡을 수 있어서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AI 3강’ 달성을 위해서도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는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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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주도로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함께 약 450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올해 1월 미국 백악관에서 공표된 이 사업은 미국 전역에 20개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나가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사업이다. 10GW급 AI 데이터센터 5개 부지를 구축하고, 데이터센터와 전력·칩 생태계를 통합 조성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소프트뱅크는 보유하고 있던 엔비디아, T모바일 지분까지 매도해 오픈AI에 22조원을 투자했다. 메타와 구글 또한 단기적인 재무 악영향을 감수하고서라도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초기 자본을 투입해 텍사스주 애빌린에 첫 번째 데이터 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센터는 오픈AI가 개발 중인 AI 모델의 학습과 운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만 TSMC의 미국 애리조나 투자는 총 223조원 규모에 달한다. 2020년 팹 설립 계획 발표 이후 2022년 12월 추가 투자를 결정해 규모를 키웠으며, 6개의 첨단 웨이퍼 팹과 2개 이상의 패키징 공장, R&D센터를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월 약 66억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승인했다. 올해 초 첫 팹에서 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해 2028년에는 3나노급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인텔이 약 112조원을 들여 사실상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반도체 공급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첨단 생산시설을 짓는 데는 약 40조원 규모 투자가 계획돼 있으며, 독일 정부도 EU ‘유럽 반도체법’에 따라 10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지원한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패키징 공장은 약 5조9000억원이 투입돼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아일랜드 레이슬립 파운드리 증설과 프랑스·스페인의 연구센터 설립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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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규모 |
일본도 라피더스를 앞세워 초미세 공정 복귀에 나섰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와 도요타, 소니, NTT, 소프트뱅크, 미쓰비시UFJ은행 등이 함께 출자해 2022년 설립된 파운드리 기업으로, 2030년까지 약 45조원의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공장(IIM-1)을 건설하고 IBM, imec 등 글로벌 연구기관과 기술 협력을 진행 중이다. 올해 시제품 생산에 이어 2027년 2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초기 단계는 정부 보조 중심으로, 이후 대규모 민관 공동투자로 전환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각각 누적 50조원대, 10조원대 투자를 집행했으며, SK그룹은 울산에 약 7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초대형 투자와 비교하면 절대적인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AI·반도체 인프라를 먼저 확보하는 국가와 기업이 시장 질서를 재편하는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 단독 대응만으로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에 투자금이 뒷받침돼야 국내 우수 기술과 인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한국도 AI 패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쩐의 전쟁’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