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재명 대통령과 중국을 방문 중인 김혜경 여사가 7일 상하이 푸싱아트센터에서 열린 K-뷰티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한·중 관계에 완연한 해빙 기류가 감지되면서, 중국 시장에 다시 한 번 ‘K뷰티 훈풍’이 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혜경 여사의 현지 K뷰티 행사 참석, 정상 외교 무대에서 한국 뷰티 제품이 언급되는 장면까지 더해지며, 한때 ‘사드(THAAD) 이후 겨울’을 겪었던 K뷰티 산업이 다시 봄을 맞을 것이란 기대다.
다만 화장품 업계 내부 분위기는 기대와 경계가 교차한다. 외교적 이벤트가 상징적 신호를 던진 것은 맞지만, 중국 화장품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기류가 강했다.
이번 기대감의 출발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다. 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중국 최고지도자 배우자에게 전달된 선물에 한국 뷰티 디바이스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징적 효과가 부각됐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에이피알(APR)의 메디큐브 미용기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APR 제품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 외교 무대에서 K뷰티 제품이 ‘국가 선물’로 활용된 것은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알리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김혜경 여사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K뷰티 관련 행사에 직접 참석해 현지 인플루언서(왕훙)들과 교류하고, 국내 중소·중견 화장품 브랜드를 격려한 장면도 업계의 기대감을 키웠다.
한·중 관계가 완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그동안 막혀 있던 중국 유통 채널이 점진적으로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은 2024년까지 한국 화장품 최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외교 관계 개선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 시장의 ‘재부상’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는 배경이다.
다만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보다 신중하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사실 아직은 불안정성이 크다고 보는 입장이 강하다”며 “본격적으로 중국 화장품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K컬처 전반이 다시 앞단에서 작동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외교 이벤트만으로 시장이 즉각 반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특히 중국 내 소비 심리 위축, 정책 불확실성, 플랫폼 규제 등 구조적 변수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기대는 하되,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베팅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미 화장품 시장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점도 업계가 과거만큼 급격한 분위기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한국의 사드 도입 이후 중국 시장이 닫혀 있던 사이, 중국 내 화장품 산업은 빠르게 자생력을 키웠다. 이른바 C-뷰티로 불리는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급성장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일부 가져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색조 화장품 브랜드 플라워노즈(Flower Knows)다. 플라워노즈는 최근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블러셔, 아이섀도우, 립 제품 등을 선보였는데, 독특한 패키지와 색감으로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제는 중국 화장품이 한국으로 역수출되는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고, 이제는 품질·마케팅 면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과거처럼 K뷰티가 자동적으로 프리미엄을 인정받던 시절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 |
| 이재명 대통령과 중국을 방문 중인 김혜경 여사가 7일 상하이 푸싱아트센터에서 열린 K-뷰티행사에서 왕홍 중국 인풀루언서와 전시된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
이같은 분위기는 화장품 기업들의 시장 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K뷰티가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낙관보다는,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중국 투자는 결국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아직까지는 관망 단계”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시장이 사실상 폐쇄됐던 기간 동안,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판로 다변화에 성공했다. 북미, 유럽, 동남아 시장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고, 일부 기업은 중국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A화장품 회사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회사는 과거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북미 시장 매출이 급격히 확대됐다. 회사 관계자는 “아마존 판매망을 타고 북미 시장으로 진출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꽤 많다”며 “한 번 써본 화장품은 입소문을 타고 재구매로 이어지면서, 현재는 미국 시장이 주력 시장이라고 할 만큼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험은 기업들로 하여금 중국 시장 재개에 더욱 신중해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미 대체 시장을 확보한 상황에서, 정치·외교 변수에 민감한 중국에 다시 과도하게 의존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K컬처 전반의 회복 여부가 K뷰티의 중국 재도전에 핵심 변수라고 본다. 한국 드라마·음악·콘텐츠에 대한 중국 내 소비가 다시 활성화되고, 문화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때 화장품 소비 역시 뒤따를 수 있다는 논리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시장 앞단에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K컬처의 재부상”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제품 경쟁력을 넘어, 문화·정서적 호감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