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파월…연준 공개 반발이 트럼프 금리 구상 흔드는 이유[디브리핑]

연준 흔들기 시도에 금융시장 ‘일단 관망’ 움직임이지만
행정부vs중앙은행 갈등, 리스크 높여…금리 인상 압력
차기 연준의장 인선 앞두고 커지는 정치 리스크
파월의 ‘공개 반발’, 트럼프 계산 뒤흔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단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을 앞두고 현직인 제롬 파월 의장을 다시 한 번 압박했지만, 이 과정에서 백악관의 연준 장악 구상이 오히려 좌초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법무부가 파월 연준 의장에게 소환장을 보내 형사 기소 가능성을 시사하자,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침묵으로 대응해 온 파월 의장이 처음으로 공개적인 반격에 나섰다.

13일 블룸버그통신은 파월 의장의 이러한 대응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파월 의장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원 은행위원회의 핵심 공화당 의원들은 연준 인선에 제동을 걸겠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은 오는 5월 의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2028년 초까지 보장된 연준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진영이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이번 압박이 오히려 파월 의장이 연준에 남아 ‘저항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을 키웠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월 반격 등 파열음, 시장 영향은 ‘제한적’…불안 크지 않아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설치된 TV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의장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AP]

금융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1bp(0.01%포인트) 안팎 상승하는 데 그쳤고, 올해 금리 인하 전망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준이 미국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다는 신뢰는 달러와 미 국채 시장이 글로벌 기준 자산으로 자리 잡은 핵심 이유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유무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으며, 평시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미국의 국가부채는 글로벌 자본의 신뢰를 약화시킬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시장은 미국의 제도적 안전장치 붕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이어졌던 연준 비난 국면과 달리, 명확한 반발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파월 의장이 지난 11일 공개한 영상 메시지는 투자자들로부터 환영받았고, 이는 국채 시장의 즉각적인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자산운용사 DWS 아메리카스의 조지 카트람본 고정수익 부문 책임자는 “시장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빨간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행정부는 장기 금리 상승을 원하지 않지만,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장기 금리를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파월, 퇴임후 연준에 남을 수도…공개저항 가능성 커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 개보수 공사 현장에 굴착기가 놓여 있다. [로이터]

이번 법적 조치는 연준 본부 개보수 공사와 관련한 의회 증언을 둘러싼 의혹에서 비롯됐다. 이는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압박하는 여러 전선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리사 쿡 연준 이사에 대해서도 해임 시도를 한 바 있다. 공석이 나온 연준 이사회에는 강력한 통화 완화를 주장해 온 핵심 참모를 앉혔다. 여기에 금리 대폭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파격적인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연준을 관측한 인사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파월 의장이 ‘조용한 퇴장’ 대신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며 공개적인 저항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의 의장 임기는 오는 5월 종료되지만,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까지 남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 부의장을 지낸 도널드 콘은 “이번 사태는 오히려 파월이 연준에 남도록 만들 수 있다”며 “행정부는 그를 몰아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파월은 ‘나는 물러나지 않겠다. 이 기관을 망가뜨리도록 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냈다”고 말했다.

차기 연준의장 인선에도 ‘빨간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해 7월 보수공사가 진행중인 연준 본부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할 차기 연준 의장의 인준 과정에도 새로운 장애물이 등장했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파월 의장을 둘러싼 법적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연준 인선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은행위원회 단계에서 인준 절차 자체를 가로막을 수 있다. 해당 위원회는 틸리스 의원이 이탈할 경우 공화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파월 의장의 강경 대응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되레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환장 발부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했고, 백악관도 대통령이 수사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파월 의장을 겨냥한 형사 수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권 강화를 위해 전·현직 고위 인사들을 잇따라 기소해 온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서린 저지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할 차기 연준 의장이 제때 인준을 받는 데 중대한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설령 인준되더라도, 연준을 이끌기 위해 필요한 존중과 신뢰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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