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숨은 주인공…‘전기·광물’ 공급망

IB, AI 고도화 관련 업계 재평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 전망
구리·리튬 등 핵심광물 수요급증
전력·광물 밸류에이션 매력 부각


광물 자원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새롭게 각광받는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몽골의 한 광물 광산 모습. [헤럴드 DB]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새롭게 각광받는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첨단산업의 혈관과 식량이 되는 ‘전기’와 ‘광물’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미래 전략산업이 고도화할수록 이를 뒷받침할 전력과 광물 공급망을 장악하는 게 곧 시장 패권을 쥐는 열쇠가 됐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서도 전력 및 광물 관련 산업의 재평가에 한창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AI 모델의 고도화가 불러온 ‘전력 기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력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의 전망치는 급격히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약 122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고, 미국전력연구원(EPRI)은 2030년 미국 내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체 발전량의 최대 9%를 집어삼킬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력 쏠림 현상은 국내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또한 고성능·고효율화 흐름을 타고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수요는 2025년 4461㎿(메가와트)에서 2028년 6175㎿로 연평균 11%씩 고성장이 예고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력 수요의 재편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AI 산업의 고도화가 전력 인프라의 확충을 재촉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는 필연적으로 핵심광물 시장을 자극한다. 전력 인프라 확충에 막대한 자원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를 나르는 송배전망에는 대량의 구리가 필수적이며,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배터리에는 리튬·니켈·코발트 등이 요구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전환 가속화로 인해 오는 2040년 핵심광물 수요가 2024년 대비 최소 1.3배에서 최대 4.5배까지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AI 산업의 성장이 곧 핵심광물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인과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탄탄한 수요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 가치는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가 지금을 ‘투자 적기’로 꼽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광물·자원 관련 산업의 평균 EV/EBITDA(기업의 시장 가치를 세전영업이익으로 나눈 값) 배수가 2004년 22.3배 수준에서 최근 9.7배까지 하락했다”면서 “이는 해당 업종이 과거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광물 가격의 ‘바닥 통과’ 신호가 감지된다. 실제 구리는 ‘AI 전력화’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으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 등은 2023년 이후 공급 과잉 여파로 약세를 보였으나, 전문가는 전기차(EV)와 ESS 중심의 수요 회복이 더해진다면 올해부터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전력과 광물 공급망을 장악하는 자가 될 것”이라며 “공급망 안정화가 곧 국가 경쟁력이 된 지금이 해당 섹터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인 과제로 인한 신중론도 만만찮다. 전력 및 광물 관련 기업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실제 인수·합병(M&A) 성사로 이어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AI 열풍으로 매도 희망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반면, 매수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주저하는 형국이 방증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 선점을 위한 딜 소싱 경쟁은 치열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몸값이 더 오를 때까지 매각을 미루고 있다”며 “이에 반해 원매자들은 현재 형성된 가격대에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 딜 클로징(거래 종결)까지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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