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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값 급락에 사라진 은 시세표, 1일 서울 한 금은방 앞 시세표에 금 시세만 게시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 지명으로 달러 약세 기대가 빠르게 되돌려지면서 금과 은 가격이 폭락했다. 특히 최근 가파르게 치솟았던 은 가격은 하룻밤 사이 약 30%가 빠졌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을 샀다면 사실상 가치가 ‘제로(0)’에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다만, 시장은 이번 충격이 단기 발작으로 끝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연준의 완화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도 이어지면서 재차 상승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금 현물은 전장 대비 9.5% 급락한 온스당 4883.62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500달러선을 돌파하며 5594.82달러로 고점을 높인 지 하루 만의 폭락이다.
선물 가격은 더 내려가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장보다 11.4% 급락한 온스당 4745.1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은 가격은 30%에 가까운 조정을 맞았다. 은 현물 가격은 이날 전장 대비 27.7% 급락한 83.99달러에 거래되며 온스당 10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은 가격이 이 정도로 떨어진 것은 ‘헌트 형제 사건’ 혹은 ‘은의 목요일’이라 불리는 1980년 3월 27일 이후 약 46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당국은 은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개입했고 하루 만에 은 가격은 반토막 났다.
현물 가격이 이렇게 급격하게 떨어지면 레버리지 상품은 사실상 회복이 힘들다. 레버리지 상품은 종가 기준 하루 단위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의 종가 기준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에 투자했고, 현물 가격이 30% 떨어졌다면 3배 상품의 수익률은 -90%가량을 기록하게 된다. 이를 회복하려면 약 900%의 수익률이 필요하다. 은 3배 롱 레버리지셰어즈 상장지수상품(ETC)이나 은 선물 3배 레버리지 위즈덤트리 ETC가 대표적이다.
이번 폭락은 워시 의장 후보가 트리거로 작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교적 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인 워시 후보를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하면서 달러 약세에 대한 기대가 줄었고, 이에 통화가치 하락을 동력으로 상승 랠리를 이어오던 귀금속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귀금속 시장이 발작한 날 달러화 가치는 반등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달러인덱스(DXY) 종가는 96.99를 기록해 전 거래일 대비 0.74% 상승했다.
다만, 시장은 워시 의장의 행보를 주목하면서도 이번 귀금속 시장 발작이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금과 은 상승 동력의 본질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케빈 워시 의장 취임 이후에도 유효한 연준 통화정책 ‘완화’ 기조 아래 골드바·코인·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 수요와 미 연방정부 부채 증가세를 경계하는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흐름은 금 가격 강세를 견인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급락은 단기 금 가격 상승 속도 조절일 뿐 하락세 전환이 아니다고 판단한다”며 “올해 금 투자 ‘비중 확대’ 의견과 가격 예상 범위(4350~6000달러)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도 “반등은 유효하다”며 “지금까지 금과 은을 매입한 주체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이고, 이들 국가 중앙은행은 미 연준의 독립성보다는 미 연방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개인들은 달러화를 비롯한 모든 법정화폐에 대한 불신 때문에 금과 은을 매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귀금속 시장의 동력이 일부 비철금속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진영 연구원은 “귀금속에 대한 저가 매수의 기회는 맞지만 비철금속 섹터에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원자재는 이론상 유동성이 본격 팽창될 때 ‘귀금속 →비철금속 → 에너지 → 농산물’ 순으로 주도 섹터가 바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지난해 4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비철금속이 바통을 넘겨받을 차례”라며 “후행 자산인 원자재에 성장이라는 기대감(투기 수요)을 불러일으키는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시작된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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