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미·러 ‘짬짜미’? 미뤄진 3자회담 배경 두고 의문 제시

겨우 물꼬 튼 미·우·러 3자회동 갑작스레 3일 미뤄져
연기 발표 직전 미·러 특사 회동…러 ‘입김’에 美 또 넘어갔나 의혹
“영토 문제만 남아” 美 국무 발언에 러 “아니다” 즉각 반발도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대표단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안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이고르 코스튜코프 러시아군 정보총국(GRU) 국장, 나흐얀 대통령,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의 모습[EPA]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종전안을 논의하는 3자 회담이 오는 4~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된다. 당초 1일로 예정됐던 3자 회담이 사흘여 미뤄진 배경을 두고 명확한 해명이 없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특사 면담 이후 3자 회담이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3자 회담 전 러시아가 미국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에서 협상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3자 회담이 오는 4일과 5일 아부다비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실질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됐다”며 “존엄한 진짜 종전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고 게시했다.

3자 회담은 지난달 23일과 24일 아부다비에서 2차례 열렸다. 실질적인 협상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3국 모두 중간에 회담이 결렬되지 않은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후 지난 1일 2차 회담을 열기로 했으나, 회담은 사흘여간 미뤄졌다. NYT는 1일 보도에서 “러시아와 미국 측 협상단이 이번 주말 플로리다에서 기습 회동을 가진 직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2차 3자 회담이 며칠 뒤로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입김에 미국이 휘말리면서, 회담이 미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NYT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러시아 국부펀드 수장이자 크렘린궁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플로리다에서 면담을 가졌다. 양측 모두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위트코프 대사는 이날 SNS를 통해 이번 회동이 “생산적이고 건설적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평화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고무됐다”고 덧붙였다.

위트코프의 SNS로 미뤄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미국과 따로 면담을 갖고, 종전안에 대한 내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3자 회담이 수일 미뤄진 것을 감안하면, 미국이 이를 검토하느라 3자 회담을 늦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이전에도 수차례 미국을 자국 입장으로 끌어들여 우크라이나와 유럽 등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종전안을 고집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이후,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를 넘기라고 압박한 바 있다. 20개 항목의 종전안을 마련하면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할양하는 등 우크라이나가 ‘레드라인(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 고수한 부분을 포함시켜, 유럽 국가들이 뒤늦게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를 두고 러시아는 초기의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전체를 포함하는 돈바스 영토를 러시아에 할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상태로 전선을 동결한 뒤,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 동부 도네츠크 영토는 비무장 지대로 남겨두고, 경제특구 형태로 개발하자는 의견으로 한 발 물러섰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 지역만 보자면 러시아가 루한스크는 거의 전역을 장악한 것으로 보이고, 도네츠크는 약 80%를 장악했다고 전해진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3자 회담에서 남은 핵심 쟁점은 도네츠크 영유권이라고 말했다. 다른 쟁점에 대해서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작성한 종전안에 크게 이견이 없다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루비오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러시아 측은 이를 반박했다. 크렘린궁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29일(현지시간) 러시아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합의에서 남은 건 영토 문제뿐”이라는 루비오 장관의 발언에 “그렇지 않다(I think not)”고 반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관련 협상에서 “여전히 많은 열린 쟁점들이 남아 있고, 영토 문제는 그 가운데 주요한 사안일 뿐”이라며 루비오가 그린 ‘사실상 나머지는 합의됐다’는 그림은 과장이라고 깎아내렸다.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등 다른 사항에 대해서도 러시아가 쉽게 합의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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