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통에 통상조직 흔들기?…산업부, 에너지에 이어 또 뺏기나[세종백블]

조현 외교부 장관, 통상본부 재편 기회되면 계속 제기하겠다는 입장 피력
격 맞지 않는 USTR 대표 면담까지…주재관 평가놓고 산업부 장관과 신경전
통상조직 퇴직후 대기업·로펌행 용이한 점이 주요 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이후 단체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백악관 X계정]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미국의 관세 인상 저지를 위해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외교당국이 통상조직 흔들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교당국 수장이 공개적으로 통상교섭본부 재편 문제를 계속 언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대미관세협상에 집중하기보다는 부처간의 불협화음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8일 관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관훈토론회에서 “기회가 되면 통상교섭본부 재편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여건이 성숙됐다고 판단될 때 제기하겠다. 제기해서 성과가 없을 사안이라면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 장관은 “통상과 안보가 결합된 현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 시스템이 여전히 칸막이 구조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외교부 직원들 상당수가 통상교섭본부가 외교부에서 떨어져 나간 것을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있었다면 협상을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면서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도 없는 엄중한 상황에서 주요국과의 협상을 동시에 감당해야 했고, 현재 안보 상황 역시 조직 개편을 논의하기엔 녹록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최근 미국이 핵심광물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띄우는 무역 블록 ‘포지 이니셔티브’ 출범 행사를 계기로 만난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카운터파트너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관세 합의 이행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외교수장이 격이 맞지 않는 USTR 대표를 만난 셈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지명하며 “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맡으면서 관세 및 무역 의제를 이끌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러트닉 장관에게 대통령 직속 기관이었던 USTR에 대한 실질적 지휘를 맡기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러트닉 장관의 카운터 파트너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다.

USTR는 1962년 미 무역확장법에 따라 설치된 대통령 직속 산하 독립부처로 우리나라 통상본부장의 직급이다. USTR 대표 공식직함은 엠베서더(Ambassador)다.

전 통상당국 관계자는 “변호사 출신인 그리어 USTR 대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당시 USTR 대표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세력인 월가출신인 러트닉 상무장관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에 비해 그리어 대표의 입지가 좁다보니 스스로 격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고 우리나라에서 그리어 대표를 통상본부장이외는 만나주지 말아야한다”면서 “그래야 대미관세협상의 혼선을 피하고 비싼 청구서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외교·산업부 수장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재외공관장 인사 평가와 관련해 “해당 지역 교민과 같은 행정 수요자의 평가가 중요하다”며 “현지 기업과 주민의 의견을 상시 들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팀코리아’ 체제 강화를 위해 영국 프랑스 등과 같이 대사가 해당국 주재 공공기관 직원이나 다른 부처 주재관 등에 대한 지휘·평가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해당 지역 대사가 누구냐에 따라 수출 및 사업 수주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현지 수출 기업이나 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에서 공관장을 상향 평가하도록 해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기업이나 교민의 평가를 (재외공관장) 인사에 반영하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정부가 미·중 패권 경쟁 속 핵심자원 공급망 확보 등에 열을 올리고 있어 외교·산업 부서 간 ‘영역 싸움’이 예상된다. 산업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핵심 광물 등 자원관련 가스·석유, 원전수출 업무만 빼고 나머지 에너지 관련 기능을 기후환경에너지부로 이관한 상태다.

또한 관가에서는 외교부가 지난해 7월 30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장관 면담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당시 구 부총리 동행단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구 부총리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여한구 통상본부장 등이 백악관에서 기념촬영을 한 것으로 보고 관가에서는 외교부 설립이래 가장 치욕적인 사진이라는 말들이 나왔다고 전해졌다. 이로인해 외교부가 통상기능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시된다. 또 통상관련 업무가 있어야 퇴직후 대기업과 유명 로펌에 취업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말들도 나온다. 실제로 유명희 전 통상본부장은 현재 삼성전자·HD현대건설기계 이사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을 맡으면서 공직에 있을 때보다 연봉이 최소 5배가량 증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트럼프 미 대통령 임기내내 관세전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 위기속에서 통상기능 흔들기가 적절한 가에 대해 고민해봐야할 것”이라며 “관세전쟁통에 책상정리하라는 말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교당국이 미국에서 우리 부처간의 불협화음을 적절하게 활용할 틈을 보여주면 안 된다”면서 “특히 앞으로 비관세개선 협상이 앞둔 상황에서 테이블에 나서는 통상당국에 힘을 실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통상조직은 1948년 정부 출범 이래 줄곧 외교부가 주도해왔으나 김영삼 정부가 이듬해인 1994년 통상산업부를 출범한 이후 줄곧 산업-외교부를 오갔다. 4년 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외교통상부를 만들어 노무현·이명박 정부까지 15년 이어졌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 직후 산업통상자원부를 출범한 후 줄곧 현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통상 기능 이관을 둘러싼 논의가 촉발됐다. 외교부가 통상 기능 이관을 강력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세협상이 자동차, 반도체, 철강,에너지 업계들과 소통을 통해 이뤄져야한다는 점에서 산업부가 존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부가 통상기능을 가졌던 15년동안 타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총 10건(발효 8건)인 반면 산업부는 10년간 총 14건(발효 10건)을 타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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