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일본…불확실성 시대의 생존법 [북적book적]

저출산·저성장 등 日 난제에 대한 통찰
글로벌 불확실성 심화로 구조적 취약 부각
‘미 동맹·수출 중심’ 韓의 반면교사 기회
“변화는 기회…절망 아닌 희망 설계해야”

 

일본 도쿄 일본은행 본부의 모습. 신호등 너머로 일장기가 보인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 2024년 9월 일본 도쿄도는 미혼 남녀를 연결해 주는 ‘매칭(만남) 앱’을 자체 개발해 공개했다.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돌자, 출산 장려를 위해 도쿄도가 내놓은 대책이었다. 그러나 맥킨지 출신의 세계적 경영 구루인 오마에 겐이치는 이러한 야심 찬 정책이 “저출산을 가속화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한다.

오마에는 매칭 앱이 만남의 문턱은 낮췄지만, 오히려 그것이 청년들의 결혼을 늦추고 있다고 분석한다. 매칭 앱을 통해 더 좋은 상대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용자의 결혼 결정을 미루는 반면, 재혼 상대 찾기는 쉬워져 이혼 결정은 앞당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매칭 앱은 출산율 제고의 답이 아니라, 저출산을 부추기는 비혼화, 만혼화, 이혼 조기화의 요인에 가깝다.

신간 ‘일본의 논점 2026-2027’은 이러한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식량 위기, 구조적 저성장, 디지털 전환 지연 등 일본 사회의 근본적 난제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국내에서 책 ‘맥킨지 문제 해결의 기술’로도 잘 알려진 오마에 겐이치가 20여년간 이어 온 전망서 시리즈의 최신판이다.

책은 트럼프 2.0 시대의 관세 폭탄과 무역 전쟁, 공급망 재편 등 글로벌 리스크 속에서 일본 경제·사회의 취약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기존의 오래된 제도와 관행으로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반복해서 경고한다.

일본의 논점 2026-2027/오마에 겐이치 지음·이정환 옮김/여의도책방

가령 저자는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저출산 문제를 단순한 출산 장려책이나 결혼 지원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호적 제도 폐지, 과감한 이민 수용 등 파격적 해법을 제안한다. ‘레이와 쌀 소동’으로 드러난 이권 카르텔, 시대에 뒤처진 교육 제도, 디지털 전환 지연 등 일본 사회 내부의 낡은 구조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이어진다. 이에 대해 저자는 농협 해체, AI(인공지능) 교사의 개별 맞춤 교육 도입, 톱다운 방식의 시스템 쇄신 등을 해법으로 내놓는다.

이처럼 ‘오마에식 해법’은 기존 제도를 보완하거나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로(0)에서 시작해 재창조하는 전략을 핵심으로 한다. 저자는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제도를 부술 용기가 있어야 한다”며 “혁신은 제도 파괴와 재창조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통찰은 일본 사회뿐 아니라, 변화와 위기를 맞은 다른 국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격변하는 지정학적 지형과 무너진 글로벌 힘의 균형은 일본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국제 질서는 예측 가능성을 잃었고, 합의 기구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는 ‘각자도생’ 시대의 도래다. 바뀐 환경에서는 생존법도 변해야 한다.

이 가운데 저자는 일본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자립’과 ‘다극적 공존’으로 제시하며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이 지켜주는 나라’, ‘수출로 돈 버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방위, 에너지, 농정,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스스로 설계하는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출 주도형 경제 구도와 미·중 패권 사이에 끼인 현실, 그리고 심각한 저출산 문제 등 일본과 비슷한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한국에, 이 책이 꼬집고 있는 일본의 난제는 남의 일만이 아니다. 동시에 이권과 관행에 갇힌 일본의 여러 제도적 실패는 우리에게 중요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날카로운 비판과 강력한 경고 속에서도 책은 오늘날 일본과 각국에 닥친 변화 및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저자는 “나는 이 변화의 시대를 ‘기회’로 본다. 세계가 놀랐던 일본의 기적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서 “새해를 맞아 우리는 절망을 공유하는 대신, 희망을 설계해야 한다”고 일깨운다.

일본의 논점 2026-2027/오마에 겐이치 지음·이정환 옮김/여의도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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