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발 불공정·선수 인권보호 사각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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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감사원 모습. [뉴시스] |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대한체육회가 제도개선을 6년이나 미루면서 폭행·성폭력 등 범죄로 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취소됐음에도 버젓이 학교 등에서 지도자로 활동 중인 이들이 222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폭력 가해 선수 또한 적절한 사실관계 절차를 밟지 않아 아무런 제약 없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고도 152명의 가해 선수가 단순한 ‘선수 서약서’만을 작성한 채 대회에 참가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이같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스포츠윤리센터 대상 감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문체부와 체육회에서 상대 기관의 부당 업무처리를 이유로 각각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체육계 논란이 끊이지 않자 체육회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결정했고, 지난해 2월 27일부터 4월 4일까지 30일간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체육회의 주요 업무와 기관운영을 ▷국가대표 선발 및 훈련지원 ▷선수 인권침해 등에 대한 보호 ▷종목단체 지도·감독 ▷체육회 자체 기관운영 등 4개 분야로 나누어 점검했다”면서 “국가대표 선발절차의 공정성 확보 미흡, 선수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 사각 상존, 자의적인 국가대표 훈련지원 결정, 회장의 전횡에 좌우되는 체육회 기관운영의 취약성 등 다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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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제공] |
특히 폭행·성범죄 등 범죄경력자가 학교 등 일선 체육 현장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는 등 선수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의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문체부는 2020년 8월 독립적 인권침해 조사기구인 윤리센터를 설립하는 등 폭행·성범죄 등 선수 인권침해 및 승부조작·금품수수 등 스포츠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체육회에서 징계 사유를 잘못 파악하거나 문체부에서 징계절차를 늑장 처리하는 등 업무처리 부실로 선수 폭행, 괴롭힘, 성폭력 등 비위행위에 대한 조치가 지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체육회는 종목단체 징계를 의결할 때 선수 폭행, 성폭력, 횡령 등은 감경을 금지했는데,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울산광역시 컬링협회 등에서 주요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거나 주요 비위를 제외하는 등 사유로 징계를 부당하게 줄이는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조치 없이 방치했다.
2020년 8월부터 2024년 12월 말까지 폭행과 성폭력으로 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취소된 222명이 여전히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등록금지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징계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감사원은 “문체부에서 체육단체 간 징계정보 공유를 소극적으로 추진해 비위행위자 8명이 체육단체를 옮겨 가며 지도자로 활동하고, 체육회는 대회 참가 제한 등 학교폭력 가해 선수에 대한 제재조치를 부실 처리했다”면서 “선수 인권을 보호하고 체육계를 자정하려는 노력의 실효성을 저해했다”고 짚었다.
체육회가 2020년 11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대회 참가를 제한했지만, 문체부 윤리센터가 학교폭력자료 확인 없이 선수 서약서에만 의존해 2022년 8월부터 2024년 12월 말까지 29개 종목에서 152명의 학교폭력 가해선수가 아무런 제한 없이 대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참가 자격이 주어져 최소 1번에서 최대 13번까지 대회에 출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회는 그럼에도 ‘경기인등록규정’에 근거를 두지 않고 대회별 참가요강에만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출전 제재를 명시하도록 조치했고, 축구를 비롯한 상당수 체육단체는 참가요강에 관련 내용을 빠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152명의 학생 중 대부분인 143명에 대한 사후 제재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더해 불공정한 국가대표 지도자 등의 선발절차, 자의적인 국가대표 훈련지원 결정과 저조한 선수촌 활용으로 국가대표 경기력 강화에도 어려움이 나타나는 점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체육회는 종목단체에서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을 담당하는 이사 또는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이 직을 유지한 채 국가대표 지도자에 지원·선발되는 일이 빈번해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를 방치했다”고 했다.
또한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종목단체의 국가대표 선발을 승인했다”면서 “일부 단체에서 자격 미충족자를 지도자로 선발했는데도 그대로 승인해 국가대표 선발의 불공정 논란이 꾸준하다”고 질타했다.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지도자를 국가대표 지도자로 선발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감사원은 “체육회는 농구협회와 철인3종협회에서 지도경력 또는 해당 종목에 대한 자격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국가대표 지도자로 선발해 승인 요청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국가대표 강화훈련과 국외 전지훈련비 지원 여부도 체육회 임의로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회는 2024년 파리올림픽 대비 국가대표 강화훈련계획 수립 당시 합리적 이유 없이 자체 기준에 따라 금메달 가능 종목으로 분석된 사격 대신 비유력 종목인 근대5종을 최상위 지원등급으로 분류, 근대5종에 인력 등 지원을 확대한 반면, 사격은 전년 대비 인력·예산을 삭감했다.
세팍타크로 선수단은 2023년 선수촌 훈련수칙 위반으로 강화훈련 제외 등 불이익을 받았는데도, 전 선수촌장의 추가 지시로 2023년 1년간 입촌훈련 자체가 금지돼 촌외훈련만 실시한 채 그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이밖에 입촌하지 않으면 선수촌 훈련장 이용을 금지하는 등 경직된 선수촌 관리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시설 활용에 어려움을 일으키는 등 다수 문제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확인된 문제점에 대해 문체부와 체육회에 향후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요구하거나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면서 “전 체육회장의 비위행위는 향후 재취업, 포상 및 공직후보자 등 관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문체부에 인사자료를 전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