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충돌 확산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 급감
통항 제한 한 달 지속 시 원유·LNG 수송 차질
컨테이너 선복 영향권…운임 상승 가능성 확대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중동 무력 충돌 여파로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위기에 직면하면서 주요 원유 운송 노선 운임이 보름 만에 3배 이상 급등하고, 해협 통과 물동량은평시 대비 약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4일 최근 중동 지역 무력 충돌 확산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상황을 분석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상황에 따른 해운·물류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 |
| 호르무즈 해협의 항공 사진. 28일(현지시간) 이란을 겨냥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규모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위기에 처하면서 긴장 고조 속에 글로벌 에너지·금융시장도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과 세계 에너지 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34%,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교역량의 약 20%가 이 구간을 통과한다. 한국 역시 원유 도입의 약 70%를 중동 항로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통항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정학적 위험 확대는 유조선 운임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 해진공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대형 원유 운반선(VLCC)의 중동-중국 노선 운임은 지난 2월 13일 대비 약 3.3배 상승했다.
이는 선사들이 지정학적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대체 선적지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화된 데다 우회 운항으로 운송 거리가 늘어나면서 전체 운송 효율을 나타내는 ‘톤마일(ton-mile)’ 수치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운항 거리 증가와 선복 공급 제한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운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물동량 감소도 뚜렷하다. 이달 2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동량은 평시 대비 약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선을 중심으로 통항 선박이 줄어든 데다 전쟁 위험 보험의 제한·취소 확대와 보험료 급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해진공은 통항 제한이 한 달간 지속될 경우 글로벌 기준으로 원유 도입 약 300항차, LNG 약 100항차 수준의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의 경우 원유 약 40항차, LNG 약 8항차의 도입 차질이 예상된다.
컨테이너 해운시장 역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해운 분석기관 라이너리티카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항로에는 약 34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의 선복이 투입돼 있다. 이는 전 세계 컨테이너 선복의 약 10% 수준으로, 통항 제한이 장기화할 경우 단기적으로 선복 및 컨테이너 장비 부족과 아시아 주요 항만의 혼잡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시장에서도 운임 상승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이달 2일 하루 동안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의 7월물 아시아-북유럽 항로 운임 선물 가격은 약 15%포인트 상승했다. 주요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만큼 이번 사태의 영향이 아직 지수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운임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상황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동 정세와 해상 운임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는 동시에 해상 공급망 모니터링을 강화해 우리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