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농안법·농지법 개정, 농업의 새봄을 열다


봄의 문턱에 선 3월, 대지는 겨우내 품어온 생명을 조용히 깨워 올리고 있다.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심(農心) 또한 분주해지는 시기다. 정부 역시 우리 농업의 변화를 이끌 소중한 ‘씨앗’을 일궈냈다.

지난 2월 27일 우리 농업의 근간인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과 ‘농지법’ 개정안이 공포되었다. 이는 단순히 법 조항이 바뀐 것을 넘어 현장의 절실한 목소리를 신속히 제도에 반영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제 막 뿌려진 이 씨앗들은 유통의 효율성을 높여 국민의 식탁을 지키고, 농업 현장의 규제를 개선해 생산 기반을 한층 더 단단하게 다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첫 번째 변화의 씨앗은 ‘유통구조의 혁신’이다. 공영도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활력을 불어넣고, 농산물이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했다.

그간 공영도매시장은 농산물 유통의 핵심 축으로, 농업인을 보호하고 대형 소비지에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일부 도매법인의 독과점 구조와 경매 중심 거래 방식으로 비효율적이고, 변화에 둔감한 부동(不動)의 공간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농안법 개정을 통해 성과가 부진한 도매법인의 지정취소를 의무화하고, 신규 도매법인 지정 방식을 ‘공모’로 명확히 했다. 지정기간이 만료된 법인에 대해서는 공익적 역할 수행을 조건으로 재지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출하자 지원과 가격 변동성 완화 등 공적 기능을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정비하고, 경매와 달리 사전에 가격·물량을 협의하는 정가·수의거래 전담 인력 운영을 의무화했다. 아울러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위탁수수료율 조정을 권고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공영도매시장은 농업인에게는 판로 걱정 없이 생산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국민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 책임’의 공간이다. 이번 개정은 도매법인이 이러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씨앗은 농업의 출발점인 ‘농지’에서 시작된다. ‘농지법’ 개정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표적인 체감형 규제 개선으로, 농지에 화장실과 주차장 등 농작업 편의시설 설치를 허용했다.

지난해 9월, 세종의 한 청년 농업인은 현장을 찾은 대통령에게 농지 위에 화장실조차 설치할 수 없어 겪는 어려움을 전한 바 있다. 장시간 노동이 일상인 농업인, 특히 여성농업인에게 이러한 불편은 오랜 기간 누적되어 온 문제였다.

정부는 복잡한 농지전용 절차 없이도 농작업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는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농지 제도가 현장의 목소리에 응답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당시 건의를 했던 청년 농업인은 “현장의 불편함을 세심하게 살피고 신속히 제도를 개선해 뜻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좋은 제도는 멀리 있지 않다. 현장의 작은 불편을 덜어내고 일상의 작은 행복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완성한다. 이 변화의 씨앗들이 농업인의 땀방울에 보답하고 국민이 식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결실로 이어질 때까지 끝까지 책임 있게 뒷받침하겠다. 규제의 겨울을 넘어 혁신의 새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길은 이미 시작되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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