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광경” 평생 누워있던 뇌성마비 환자…‘로봇’ 덕분 제대로 걸었다

- GIST-뉴욕주립대, 뇌성마비 환자 보행 개선 로봇 재활기술 개발


케이블 기반 로봇 소리 피드백 보행훈련 모식도.[G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뇌성마비로 살아온 내가 어떻게 걷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강지연 교수가 이끈 한-미 공동연구팀이 성인 뇌성마비 환자의 보행을 돕는 새로운 로봇 재활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걷는 동안 적절한 저항을 주는 로봇 훈련과, 자신의 걸음걸이를 소리로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청각 신호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뇌성마비는 출생 전후 뇌 손상으로 인해 근육 조절이 어렵고, 여러 근육이 동시에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못하는 신경질환이다. 병 자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지는 않지만, 그로 인한 보행의 어려움은 평생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로봇을 활용한 보행 재활 연구는 주로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성인 환자를 위한 체계적인 임상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또한 러닝머신(트레드밀) 위에서의 훈련 효과가 실제 일상 보행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접근을 결합했다.

먼저 케이블로 구동되는 로봇 장치를 활용해 보행 중 골반에 체중의 약 10%에 해당하는 하중을 추가로 실었다. 이는 다리 근육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해 근육 활성화와 보행 제어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어 스마트 깔창(인솔)을 활용해 발뒤꿈치가 땅에 닿는 순간과 발끝으로 밀어내는 순간에 맞춰 실시간으로 소리를 들려주는 ‘자기인지 청각 바이오피드백’을 적용했다. 환자가 자신의 걸음걸이를 소리로 인식하고 스스로 조절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강지연(왼쪽부터) GIST 교수, Souvik Poddar 뉴욕주립대 버팔로 박사과정생, 박재형 GIST 연구생, Jeanne Langan 뉴욕주립대 버팔로 교수, Lora Cavuoto 교수, Eleonora M. Botta 교수.[GIST 제공]


실제 성인 뇌성마비 환자 5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발을 내딛을 때 발을 들어 올리는 근육(전경골근)의 활성 증가 ▷발을 밀어내는 종아리 근육(비복근·가자미근)의 조절 능력 향상 ▷보폭의 증가 ▷발끝 여유 높이 증가(발이 지면에 걸리지 않을 공간 확보) ▷발의 이중지지 시간 감소(양발이 동시에 지면에 닿는 시간 단축) 등 주요 보행 지표에서 의미 있는 개선이 확인됐다.

발뒤꿈치에서 발끝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보행 패턴도 뚜렷이 개선됐다. 다리 관절이 더 곧게 펴지며 전반적인 보행 안정성과 추진력이 향상됐고, 이러한 효과는 러닝머신 훈련 이후 실제 지면에서 걸을 때도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강지연 교수는 “성인 뇌성마비 환자를 위한 재활 기술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으로, 장기적인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성인 대상 로봇 보행 재활의 임상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출발점으로, 향후 대규모 임상 연구와 실제 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재활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IEEE Transactions on Neural Systems and Rehabilitation Engineering’에 게재됐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