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와 콜드플레이, 공연시장 집어삼키다

지난해 공연 시장 1조7326억원 티켓 판매
관객수 압도적 1위는 김준수의 ‘알라딘’
매출 효율, 6회 공연 전석 매진 콜드플레이

 

뮤지컬 ‘알라딘’ [클립서비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뮤지컬계 ‘슈퍼스타’의 위엄이 빛났다. 서울과 부산을 넘나들며 마법의 양탄자 위로 올라선 ‘알라딘’이 지난해 한국 공연시장에서 관객 수 1위의 기염을 토했다. 압도적인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 김준수와 생애 첫 뮤지컬에 도전한 김성경의 조합, 장장 10개월에 달하는 장기 공연 덕에 2025년 최고의 IP(지식재산권)로 거듭났다.

12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알라딘’은 서울과 부산 공연을 통해 총 34만2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서울 공연에선 22만 명, 부산 드림시어터 공연에선 12만2000명을 동원했다.

지난 한 해 한국 공연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총 티켓 판매액은 1조7326억 원. 전년(1조4589억 원) 대비 18.8%나 증가한 수준이다. 공연 건수는 2만3608건으로 9.6%, 공연 회차는 13만6579회로 11.3% 늘었다.

콜드플레이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현재 한국 공연 시장은 대중음악과 뮤지컬이 양분하고 있다. 두 장르가 관객 수를 나눠 가지며 티켓 판매 경쟁을 하고 있다. 장기 공연의 특수를 누릴 수 있는 뮤지컬은 초단기 압축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는 대중음악 공연 시장을 압도할 만큼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1위에 오른 ‘알라딘’을 필두로, ‘지킬 앤 하이드’ 20주년 공연이 6개월의 장기 공연을 통해 1766석의 블루스퀘어를 반년 내내 점유율 95%로 유지하며 33만1500명을 끌어모았다.

뮤지컬로 분류되는 태양의서커스 ‘쿠자’는 18만 명의 관객과 서울에서 만났다. 부산 공연에선 7만4000명을 모아, 총 누적 관객수는 25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공연 시장에선 4위의 기록이다.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은 22만 명을 동원해 5위, ‘팬텀’은 16만 명으로 6위, ‘웃는 남자’는 14만5000명으로 7위, ‘명성황후’는 13만 명으로 8위, ‘맘마미아!’는 11만5000명으로 9위, ‘멤피스’는 11만 명으로 10위에 안착했다. 관객수로만 보면, 뮤지컬이 톱10 중 9개를 차지한 것이다.

관객수 상위 10위에 오른 뮤지컬의 경우 국내 톱5로 꼽히는 공연제작사의 작품이 많다. 에스앤코의 작품이 두 편(‘알라딘’, ‘위키드’), 오디컴퍼니(‘지킬 앤 하이드’), EMK뮤지컬컴퍼니(‘팬텀’, ‘웃는 남자’), 쇼노트(‘멤피스), 신시컴퍼니(’맘마미아‘), 에이콤(’명성황후‘) 등이다. 황정민의 출연으로 흥행 대기록을 세운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그의 소속사인 샘컴퍼니의 작품이다.

관객 수만 보면 뮤지컬이 휩쓴 것처럼 보이나, ‘효율성’ 차원에서 따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한국에서 31만명과 만난 세계적인 팝 밴드 콜드플레이는 관객 동원 수에선 2위에 올랐으나, 매출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단 6회의 공연, 전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 공연은 매출 효율 면에서 압도적 1위였다. 회당 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약 31만400명이 찾은 스타디움 공연의 파괴력이 입증된 셈이다.

지난해 완전체로 컴백해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월드투어를 시작, 8만6000명의 관객과 만난 블랙핑크는 관객 동원 수에선 14위에 머물렀지만, 매출 효율 측면에선 2위를 기록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은 4만3000명의 관객을 동원(20위), 매출 효율성에선 3위에 올랐다. 단 1회 공연으로 거둔 성취다. 콜드플레이, 블랙핑크, 오아시스 세 팀의 공연에만 무려 44만 명의 관객이 몰렸다.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데이식스의 월드투어도 9만 명의 관객을 모아 매출 효율은 4위에 올랐다. 5위도 같은 장소에서 관객과 만난 김동률의 콘서트였다. 7만5000명의 관객이 찾아왔다.

1위 공연인 흥행 IP ‘알라딘’은 부산 공연의 효율성이 흥미롭다. 부산 드림시어터에선 불과 2.5개월 동안 12만2000명이 찾아오며 서울 공연을 압도했다. 매출 효율 순위에서 6위에 오른 뮤지컬이다. 강력한 IP는 비수도권에서도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공연계 관계자는 “국내 공연시장은 회전문 관객을 동원하는 뮤지컬의 장기 스테디셀러의 안정성, K-팝 가수와 내한 팝 가수의 대중음악 공연이 만드는 단기 이벤트의 폭발력이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공연계의 고질병은 여전했다. 뮤지컬 시장은 ‘스타 파워’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가 유지됐다. 스타 중심 무대가 아닌 경우는 명실상부 ‘스테디셀러’ 공연인 ‘맘마미아!’와 ‘명성황후’ 뿐이다. 물론 ‘맘마미아!’에도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나, 소위 뮤지컬계 톱스타나 K-팝 그룹 멤버, 톱배우들의 출연은 없다. 특히 뮤지컬 분야는 지난해보다 티켓 판매액이 336억원 증가하긴 했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현장에선 캐스트별 판매량 편차가 높아 유명 배우와 작품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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