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아니냐” 반발에 주유소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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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첫 주말인 1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 변동성이 커지자 정부가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이 이를 주유소 판매가격 상한으로 오해하면서 가격을 둘러싼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존 재고를 보유한 자영 주유소 업주들은 가격 인하 압박까지 겹치며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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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나흘째인 16일 충북 오송의 한 자영 알뜰주유소에서 최고가격제 적용 유류를 싣고 온 탱크로리의 입하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연합] |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을 두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최고가격은 국제 유가 상황을 반영해 매 2주 단위로 다시 계산되고 재설정된다. 1차 최고가격은 리터(ℓ)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됐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 옛 트위터)에 주유소별 휘발유 판매가가 표시된 지도를 캡처해 올렸다. 그러면서 “유류값 많이 안정돼 가고 있나요. 바가지는 신고하세요”라고 적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비양심 주유소를 신고하자”, “포상금 받자”는 반응도 이어졌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6일 오전 기준 전국 1만646개 주유소 가운데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휘발유 가격을 인하한 곳은 8628곳(81.04%)이었다. 경유를 인하한 곳은 8770곳(82.37%)이었다.
반대로 최고가격제 이후 휘발유 판매가를 올린 주유소는 211곳, 경유 가격을 올린 주유소는 246곳이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정유사 공급가격 인하가 주유소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속도가 느린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도 취지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업주들의 한숨도 이어졌다. 최고가격제의 적용 대상이 정유사 공급가격임에도 일부 소비자들이 이를 주유소 판매가격 상한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 직원은 “주유소 최고가격제가 아닌데도 왜 아직도 가격이 이렇게 비싸냐며 항의하는 고객이 있다”며 “바가지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다른 주유소 업주도 “기름 판매로 남는 돈은 ℓ당 겨우 몇십원 수준인데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며 “주유소는 세차나 편의시설 같은 부가 서비스로 수익을 보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주유소의 평균 매출 이익률은 약 4~6% 수준이다. 카드 수수료와 대출 이자, 운영비 등 각종 비용 등을 제외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주유소가 기름을 판매하면 ℓ당 남는 돈은 10~20원 정도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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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주유하려는 차량이 저렴한 가격의 주유소에 몰려 있다. [연합] |
특히 전국 주유소 가운데 80%가 넘는 자영 주유소의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는 별도의 지원 없이 가격 경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유사 직영 주유소는 정책 협조 차원에서 비교적 빠르게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의 추가 할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재고 문제까지 겹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주유소는 이미 높은 가격에 들여온 물량을 선입선출해야 해서 공급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판매가격을 곧바로 낮추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주유소의 평균 재고 소진 기간은 2~3주가량이다. 회전율이 낮은 곳은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한다. 지방으로 갈수록 자영 주유소 비율은 높아져 비수도권 업주들의 영업은 더욱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정유사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재정 지원을 통해 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주유소에서 발생한 손실은 업주들이 모두 떠안아야 한다. 중구의 한 주유소 업주는 “고객들은 단돈 10원이라도 싼 곳으로 몰리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3월 초에 기름을 가득 채워놔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 주유소는 소상공인이나 마찬가지인데 소급 적용 대상도 아니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전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3월 초 유가가 ℓ당 2000원대일 때 들여온 물량을 아직 판매 중인 곳도 있다”며 “가격을 급히 내리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인하 속도가 빠른 직영 주유소나 알뜰주유소로 소비자가 몰리면서 자영 주유소는 재고 소진 기간이 더 길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중동 사태로 어수선한 틈을 타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사례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설치된 민생물가 교란 범죄 척결 태스크포스(TF)는 이달 3일부터 유가 관련 불법행위를 중심으로 특별 단속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최고가격제 시행 전부터 관련 사건 6건을 수사하고 있다.
정부도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불법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을 예고했다. 향후 2주를 특별 단속기간으로 설정해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즉시 조치한다. 최고가격제 효과가 전국 주유소에 확산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