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50%대 합격률, 불합격자 누적
‘오탈자’ 양산 구조적 해결방안 시급
변협 “시장 포화…합격률 더 낮춰야”
학계 “다양한 법조인재 양성 고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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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50%대 초반 수준을 유지 중인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해마다 단계적으로 올려 80%로 높일 경우 응시자 적체가 해소되면서 ‘오탈자’ 규모가 완만하게 하향 안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행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합격자 수가 사실상 고착화되면서 ‘5년 내 5회 응시 제한’에 걸려 더 이상 변시에 응시할 수 없는 오탈자 등 구조적 문제가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다음 달로 예정한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나온 연구 결과다.
20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정성규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연구팀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단계적 증원안에 관한 통계학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합격률을 5%p씩 올릴 경우 합격률이 80%가 되는 2031년부터 오탈자가 140명대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의뢰로 이번 달 진행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배경과 목적에 대해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단년도 중심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고 있으나 이는 불합격자 누적 및 응시 제한자(오탈자) 발생 등 장기적인 응시 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과거 14년(2012년~2025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합격률 정책 변화가 향후 10년의 시험 운영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신규 응시자와 재응시자로 구성되는 변호사시험 특유의 순환 구조를 통계 모형화 해 ▷시나리오1(합격률 수준 현행 유지) ▷시나리오2(매년 합격률을 5%p씩 상향해 단계적으로 80% 도달) ▷시나리오3(변시 15회 응시자부터 즉시 합격률 80% 적용) 등 3가지 시나리오로 비교·분석했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연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 수는 1900명(로스쿨 1~15기 평균)으로 고정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시나리오1’에선 현재의 적체 구조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4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2.28%였는데 52%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2035년까지 해마다 불합격자 수가 1500명대를 나타냈다. 오탈자의 경우 2030년 이후 200명대가 이어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변호사시험 15회 합격자부터 합격률을 5%p씩 연도별로 상향해 2031년부터 합격률 80%를 유지하는 ‘시나리오2’의 경우 오탈자 규모가 차츰 줄어들어 2030년부터 140명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자수는 2030년까지 1900명대를 기록한 후 2031년 1838명으로 줄고, 2032년부터는 1700명대를 나타냈다. 합격률을 높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합격자 수가 현재와 엇비슷한 1700명대 수준으로 다시 수렴하는 셈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10년(5~14회) 변호사시험의 회당 평균 합격자 수는 1687명, 평균 불합격자 수는 1522명, 평균 오탈자 수는 192명이었다. ‘시나리오2’에 따른 예측 분석 결과 2032년부터는 합격자 수가 최근 합격자 수 규모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내면서 한 해 오탈자가 50명 가량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당장 15회 변호사시험부터 합격률을 80%로 상향하는 ‘시나리오3’에선 합격자 수가 단번에 2620명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합격자 수 1744명보다 900명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합격자 수는 2028년부터 1700명대를 나타내고, 오탈자 수는 변동을 보이다가 2030년부터 140명대를 나타내는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을 단년도 기준에서 장기적 적체 구조 해소를 위한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급격한 정책 변화보다는 ‘시나리오2’와 같이 단계적 합격률 조정이 시험 운영의 충격을 완화하고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신규 데이터 축적시마다 정책 효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법에 따라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를 거쳐 결정한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합격률과 관련해선 법조계와 법학계 내 의견이 첨예하게 맞선다. 한쪽에선 대한변호사협회를 중심으로 법률 시장 포화 상태 등을 고려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로스쿨과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현행 변호사시험 제도가 다양한 법조 인재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서 벗어나 있고, 불합격자 적체 및 오탈자 양산 등 문제가 점점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합격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다음 달 3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김준혁 의원실과 국민의힘 송석준·조정훈 의원실, 사법정책연구원과 공동 주최로 ‘한국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안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