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불똥’ 결국 건자재 업계로 튀었다

유가급등·나프타 공급난에 원가 부담
노루·삼화페인트 최대 40% 가격인상
건자재 불안 가중, 건설시장 전이 우려


중동 사태에 따른 원료 수급 불안 영향으로 페인트 제조 단가가 상승하며 페인트 제품 가격 인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진은 25일 서울의 한 시장의 페인트 업체. [연합]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길어지면서 페인트와 건자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 급등과 나프타 공급 불안이 동시에 겹치면서 원재료 가격이 치솟고 있고, 일부 품목은 수급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당장 가격 인상으로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더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과 건설 현장 지연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는 유가 급등에 직접 노출된 신나류 제품 가격을 각각 최대 55%, 40%가량 인상했다. KCC도 거래처와 대리점에 건축용 도료와 플랜트 도료, 공업용 도료 등의 가격을 최대 40% 올리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제비스코 역시 4월부터 품목별로 최소 15% 인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단순한 원가 조정 차원을 넘어선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도료 산업은 수지, 용제, 안료 등 석유화학 기반 원료 비중이 높아 유가와 나프타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특히 신나류는 원가 부담이 가장 먼저 반영되는 품목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최근 유가 상승에 더해 원자재 조달 비용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뛰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가격 인상이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확보해 둔 재고와 기존 계약 물량으로 당장 충격을 버티고 있지만, 전쟁과 공급 불안이 길어질 경우 다른 제품군으로 인상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도 장담하기 어렵다”, “원료 수급난이 더 심해지면 가격이 아니라 물건을 확보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건자재 업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건자재 업체들은 PVC, 가소제, MMA 등 주요 원재료 상당수를 NCC에서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석유화학 업황 악화와 중동 사태가 맞물리며 NCC 가동률이 하락하고, 일부 공장 가동 중단 우려까지 커지면서 건자재 업계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건자재 업계는 대형사보다 중소 협력사와 영세 업체의 타격을 더 걱정하고 있다. 규모가 큰 업체들은 당분간 재고와 조달선을 바탕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영세 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급등과 물량 축소가 동시에 닥칠 경우 생존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 여파는 건설 현장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있다. 철근과 콘크리트를 제외하면 건축 자재 상당수가 석유화학 제품과 연결돼 있는 만큼, 원재료 공급 차질이 누적되면 자재 생산 중단과 납기 지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공사 현장 일부가 자재 수급 문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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