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내조가 도움”…서울 구청장 부인들의 달라진 내조상?

지방자치 부활이 30년 넘으면서 서울 구청장 아내들 행동도 조용한 내조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


한강변 일대 전경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정치는 험한 길이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민원을 듣고, 갈등을 조정하며 해법을 찾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는다.

6·3 지방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장·구청장·군수·시·구의원 출마 예정자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숨가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송파 등 일부 지역은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후보 본인은 물론 배우자 등 가족들까지 선거를 돕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거 이후 ‘조용한 내조’가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자치구청장 부인들의 행보에서도 이런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류경기 중랑구청장 부인은 약사로 자신의 직업을 유지하며 공식 행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서지 않는 것이 돕는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조용한 내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부인 역시 4년 전 선거 당시 최소한의 지원만 했을 뿐 취임 이후에는 공식 행사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구청 내부에서는 “사모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처신이 철저하다는 평가다.

진교훈 강서구청장 부인은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구청 행사에는 사실상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쩌다 휴일 행사에 갈 때도 멀리서 지켜보다 돌아가는 정도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밖에도 전성수 서초구청장과 김경호 광진구청장 부인 등도 역시 신년 인사회나 출판기념회 등 제한된 일정 외에는 공식 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최근 서울 자치구청장 배우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드러나지 않는 내조’다.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한 변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구청장 배우자가 승진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기도 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배우자가 봉사단체 회장을 맡아 부구청장·국장 배우자들과 별도 모임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뒤늦게 전해지기도 했다. 한 구청장 아내는 구청 사무실에 종종 나타나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민이 구청장 퇴임 후 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한 자치구 간부는 “예전에는 구청장 배우자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돌곤 했지만 최근에는 그런 얘기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넘어서면서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고, 이에 따라 단체장 배우자의 역할 역시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는 ‘앞에 나서는 내조’보다 ‘보이지 않는 내조’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다. 조용한 처신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지방행정 현장에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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