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0원대 환율에 대출금리 11개월만 최고…중소기업 직격탄

고금리·고환율로 중소기업 자금조달 부담
기업대출 연 4.2%, 작년 3월 이후 최고치
원/달러 환율도 1530원 돌파 긴장 고조
기업대출 증가분도 대기업 중심 쏠림
3월 기업대출 증가 4.6조의 67% 대기업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구 [헤럴드DB]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은행권 기업대출 금리가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국고채를 비롯한 국내 채권금리가 일제히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30원을 넘어서면서 시장 전반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고금리·고환율 환경이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부담을 키우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리 상승에 중소기업 직격탄…대출은 대기업 집중=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연 4.20%로 집계됐다. 전달 대비 0.05%포인트 올라 작년 3월(연 4.32%) 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기업대출 금리는 ‘생산적 금융’ 정책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5월(연 4.16%)부터 10월(연 3.96%)까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11월 들어 다시 4%를 넘기더니 상승세로 전환했다.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금리 부담은 더 크다. 지난달 대기업 평균대출금리는 연 4.13%로 중소기업 평균금리(연 4.28%)보다 낮다. 작년 3월까지만 해도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대기업보다 0.01%포인트 낮았지만, 현재는 0.15%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격차가 확대됐다. 통상 은행은 대기업 대출을 선호하는 편이다. 중소기업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아 건전성 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대출 역시 대기업 중심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30일 기준 858조9424억원으로, 전달 말(854조3288억원)보다 4조6136억원 늘었다. 이 중 67%가 대기업 증가분이었다. 대기업 대출은 2월 4조1373억원 증가한 데 이어 3월에도 3조938억원이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의 증가분은 지난달 2조8385억원에서 이달 1조5198억원으로 1조3187억원이 줄었다.

▶은행권 건전성 우려에 중기 대출 위축 우려=채권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직접 조달 대신 은행 대출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회사채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초 2.951%에서 이달 30일 3.542%까지 0.6%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중동 전쟁 장기화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일반회사채 발행에 보수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일반회사채는 50건, 5조1137억원 발행돼 전월보다 28.7% 감소했다. 순상환액은 3조4103억원에 달했다.

환율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 대출 여력에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 환율은 31일 1530원대를 넘어서며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상승하면 은행 외화자산의 위험가중자산(RWA) 규모가 확대되면서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건전성 지표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은행들도 중소기업 대출 심사에 보다 보수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 은행들은 자산건전성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올 1월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56%로 전월 말(0.50%)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13%로 작년 12월 대비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한 달 새 0.10%포인트 상승해 0.82%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분기는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에 연초 자금 수요가 맞물리며 기업대출이 확대됐지만, 4월부터는 고금리·고환율 부담이 본격화되면서 심사 기조도 보다 보수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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