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서 내려온 환율…미·이란 협상 지속 ‘핵심 변수’

환율 10거래일 만에 1400원대로 국채 안정세…3년 만기 하락거래 유가변동성·공급망 불안요인 여전 “인플레 우려·저성장 요인도 우려”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8일 오전 10거래일 만에 1500원 밑으로 내려왔다. 그간 휴전 협상 불확실성에 치솟았던 국고채 금리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다만 이란의 휴전안 거부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다. 통화정책 대응 여력 제한도 가시지 않아 시장의 경계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24.3원 내린 1479.9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이 1500원 밑에서 개장한 것은 지난달 25일(1493원) 이후 10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31일만 해도 장중 153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긴장감을 높였지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12분께 1473.85원까지 진정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이 2주 동안 휴전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 컸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2.4bp (1bp=0.01%포인트) 내린 연 3.322%에 거래를 시작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6일부터 100선 밑으로 내려온 상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동 지역 긴장 완화에 따른 휴전 기대감 속에 환율이 안정화되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와 국제유가 하락 흐름이 맞물리며 원/달러 환율의 하단 인식도 한층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가 유입될 경우 수급 측면에서도 당분간 환율도 안정될 것으로 봤다.

특히 협상 지속 여부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미국이 중동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 못하고, 이란이 봉쇄와 재개를 반복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통행 제한을 지속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는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변동성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도 심화될 수 있다”면서 “결국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이어지는 환경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대외 환경의 구조적 변화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2016~2020년과 비교할 때 2021~2025년은 대외 불확실성, 한·미 펀더멘털 격차, 역내외 외환수급 등 전반적인 여건이 원화에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국제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상승하며 환율 상방 압력을 키웠다. 여기에 미국 대비 한국의 성장률과 금리 경쟁력 열위가 겹치면서 원화 약세 흐름을 구조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과 양안(대만해협)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하에서의 정책 불확실성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국은 인공지능(AI) 중심의 상대적 고성장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한국은 인구 감소 영향 속에 구조적 저성장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재확산될 경우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협상이 무산될 경우 환율과 채권금리가 기존 상단을 넘어설 가능성도 열려 있을 수 있다”면서 “협상 기대를 반영한 이후 다시 판이 깨지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이전보다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높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와 미국산 원유로의 대체 한계를 감안할 때 실물경제에 대한 부담 역시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시장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8%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협상이 무산되면 성장률 전망이 추가로 하향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인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적인 경제 변수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에는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달러 공급 여력이 확대되고, 정부의 외환 수급 안정 대책이 달러 수요를 일부 완화하면서 환율 상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혜림·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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